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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32화 (33/117)

<-- 단검을 쓰라고? -->

32화

"아이템 확인"

[초급 수련자를 위한 단검]

[진정한 무(武)의 길을 걷는 자들을 위해 제작된 단검. 가볍고 견고하며 기본에 충실하게 제작되었다]

[공격력 + 40 (이 플레이어에게 해당되지 않음)]

[민첩 + 10]

단검의 설명창은 겉외형만큼이나 깔끔했다.

수련에 방해되지 않으라고 그런 건지 아니면 귀찮았던건지, 장식 하나 없이 매끄러운 은색 단검.

원래 낱개 하나 였지만, 나는 일부러 한 쌍을 꺼내 양손에 쥐었다.

아무리 힘 스탯이 없어도 그 정도도 커버를 못할 정도로 레벨이 낮지는 않았고, 무엇보다 공격속도를 최대한으로 올리기 위함이었다.

장비옵션으로 총 20의 민첩을 올려주고, 양손에 시간차를 두어 휘두르면 굉장히 빠른 공격속도를 낼 수 있다.

그래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정말 어쩌면, 저 인간형 허수아비의 진동수를 조금은 맞출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후우, 그래. 들어와라 이 망할 허수아비야!"

최대한 빠르게 달려가자 허수아비가 오른 팔을 휘둘렀고, 밑의 틈을 이용해 가볍게 빠져나갔다.

그리고 검을 휘둘러 한 ㄷ...

못 맞혔다!

그나마 어느 정도 긴 롱소드의 리치에 익숙해졌는지 너무 뒤에서 휘둘렀고, 때문에 단검은 허수아비를 건드리지도 못했다.

그리고 허수아비의 주먹 한대.

[사망하셨습니다]

*         *        *

"큭큭, 방금 그거 웃기려고 한 거냐?"

"...비웃지 마시죠. 그냥 적응을 못한 거 뿐이니까"

왜 굳이 웃어도 저렇게 노골적으로 비웃는 건데?

"흠흠, 다시 해보겠어요"

"마음대로 하라고. 네가 빨리 끝내야 나도 좀 쉬지. 하암..."

벌써부터 쉬고 있으면서 무슨.

방금 전 전투를 통해 좀더 가까이 붙어서 휘둘러야 된다는 것을 알아냈으니 괜찮다. 적어도 얻는게 아예 없지는 않았으니까.

쪽팔렸던 것도 잠시, 금방 정신 차리고 다시 허수아비에게로 달려갔다.

이번에는 아까보단 조금 천천히.

허수아비의 팔 밑을 지나치자마자 바로 몸을 돌려 허수아비를 공격했다.

슈슈슈슈숙.

"와 미친..."

쌍단도를 쓰자 가능한 공격속도는 초당 5~6번. 롱소드의 공격속도보다 거의 2배는 빠른 속도였다.

가까이 붙어서 때리니 이만한 게 없었다.

2~3초에 10스택씩 쌓이는 이 상황이 좋았고, 그래서 허수아비가 날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은채 계속 때렸다.

"허억!"

허수아비가 왼팔로 큰 궤적을 그리며 내 뚝배기를 깨려 한단 사실을 직전에 알아차려 간신히 유화술로 피했다.

"죽을뻔 했네"

애초에 허수아비는 일반적인 몬스터가 아니라 HP 바도 표시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내 공격이 허수아비를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아니, 조금이라도 아프게 했는지조차도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아주 잠깐동안, 정말 잠깐동안 진동타격을 다시 발동시켜 보았다.

두두두두...

으악! 그만. 역시 이건 무리인것 같다.

진동수를 맞춰 깨트리는 방법은 안 통할 것 같고, 그렇다 하면 남는 방법은 한가지네.

"그냥 풀스택 쌓아서 무작정 때려보자"

무(武)의 길은 민첩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처럼 무작정 공속만 올려서 진동타격을 얻어내는 것 외에도 허수아비를 부실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뜻이었다.

수많은 방법들을 상상할 수 있겠지만, 긴박한 싸움 속에선 이게 내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현재 쌓여 있는 스택은 대략 50 정도.

단 15초만에 이 정도를 쌓았다면 90스택도 금방 쌓을 수 있겠...

쿵!

"아씨, 좀 생각할때는 작작 방해하란 말야!!"

흐느적거리는 나뭇가지 팔로 계속 짜증나게 건드리려고 한다.

더 짜증나는 건, 저 나뭇가지 팔에게라도 한 대 맞으면 내가 죽는 다는 거지.

남들이었으면 분명 아프지도 않은 거 맞아주고 때리면서 천천히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쉬운 길을 냅두고 굳이 이렇게 심오하고 복잡한 길을 연구하다니, 개발자가 괜히 과학자라는 이름을 붙힌게 아닌 듯 했다.

아 그리고 또 한가지 알아 낸건, 이 가상의 공간에선 전혀 지치지 않았다.

정신적 공간이니만큼 진동타격을 활성화하는 순간 급성피로가 몰려왔지만, 육체적으로는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덕분에 쉬지 않고 엄청난 공격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90타 째가 되었을 때.

[패시브 : 영혼의 울림이 발동되어 대상에게 고정피해를 입힙니다]

[초급 수련장의 허수아비를 처치하셨습니다!]

[초급 수련관을 클리어 하셨습니다!]

[퀘스트(완료) : 초급수련장]

[초급 수련자를 위한 단검 x2 가 지급됩니다]

짝. 짝. 짝.

멀찌감찌에서 날 지켜보고 있던 교관이 짧게 박수를 쳤다.

"내가 말했잖아, 금방 끝난다고. 자, 약속한 대로 네 원래 무기를 줄게"

[초보자의 검이 지급되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교관, 노련하고 인자하셨던 입문 수련장의 교관님이랑은 너무 다르다.

뭔가 이 사람은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낭인(浪人)같은 느낌이랄까?

"저 근데... 한가지만 물어봐도 되나요?"

"뭔데? 모르는 거나 가르쳐주면 안되는 것만 빼고 다 알려줄게"

"저 허수아비, 정체가 뭐죠?"

"음, 적당한 크기의 짚더미를 찾아서 적당하게 자르고, 또 적당하게 묶어서 포대를 만들면..."

"만드는 방법을 물어본게 아니잖아요! 왜 평상시엔 파괴되지 않는 거죠? 어떻게 했을 때 파괴되는 거죠?"

"네가 두 번이나 부숴봤잖아. 그런데도 모르는 거냐?"

정말 슬프게도 그렇다. 서로 다른 방법을 사용해 두 번이나 부숴봤음에도 불구하고 저게 어떤 원리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뭐... 알려주면 안되는 것도 아니니까, 알려줄께. 이 녀석 상태창 띄워줄테니까 네가 알아서 봐봐"

교관이 허공에 손을 휘젓자 나와 그 사이로 작은 창이 하나 나타났다.

[이름 : 초급 수련장의 허수아비]

[레벨 : 특정 불가]

[HP : 500,000]

[공격력 : 200]

[방어력 : 999,999,999]

[초당 체력 재생 : 500,000]

"이런..."

"이제 알겠냐?"

HP 50만이면 무슨 던전 보스냐?

거기에 웬만해선 제대로 데미지도 안 들어가는 방어력과, 설령 간신히 뚫었다 해도 초마다 풀 HP로 재생되어 버리니, 정상적으론 못 부수는 게 당연했다.

내가 90타에서 부술 수 이었던 이유는 단 한가지.

풀스택 공격력으로 200만 가까이 되는 공격력을 얻음으로서 영혼의 울림이 발동했기 때문이었다.

"근데 그건 그렇다 쳐도, 입문 수련장에선 대체 어떻게 깬 거지?"

"진동타격에는 진동수를 계속해서 맞출 경우 고정적으로 상대의 방어력을 낮추는 능력이 있어. 이후에는 아예 방어력을 무시하고, 최후에는 무조건적으로 상대를 '제거'하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요?"

지금까지 몇 번을 봤는데도 진동타격에 그딴 설명은 없었다고.

혹시나 해서 스킬창을 다시 펴 보았는데...

[패시브 : 진동타격]

[적 대상의 고유 진동수를 알아내어, 진동수에 맞춰 공격할 때마다 20%의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이 스킬은 진동수를 1회 맞출 때마다 대상의 방어력을 3%씩 일시적으로 감소시시키며, 최대값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진동수를 50회 이상 연속으로 가격할 경우, 남은 HP와 무관하게 대상을 무조건 처치합니다]

밑의 두 문단은 대체 언제 갖다 끼워 놓은 건데?!

"당신 대체 정체가 ㅁ..."

"초급 수련장 통과를 축하한다! 나중에 또 보자고!"

내가 뭐라 하기도 전에, 그는 다시 나를 수련장 밖으로 보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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