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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녀석은 말을 마친 뒤 끝내 쓰러져 버렸다.
"야! 정신차려! 일어나라고!"
설마 관절기 한 번 썼다고 죽은 거 아니겠지? 이거 때문에 PK 걸리는 건가?
"잠깐 기절한 것 같습니다"
"아아..."
난 또 죽은 줄 알았네. 다행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직 방심하기엔 일렀다.
로드란 안에 얼마나 더 많은 첩자가 있는지도 모를 뿐더러, 그 문제는 제쳐놓더라도 지금 밖에는 군대가 있다.
"병기는 아직 못 씁니까?"
"아직 주포는 커녕 프레임조차 완성되지 않았네"
"그럼 군대로 직접 상대해야겠군요"
"군대도 하필이면 지금 다른 지방에 가 있는 지라 현재 수도에 있는 군대가 많지 않네"
"흐음..."
그럼 뭐 어떡해? 내가 막아야지 뭐.
"가장 가까운 워프 포탈이 어디죠?"
"성벽 바로 옆에 있네만, 갑자기 그건 왜 묻는 거지?"
좋아, 딱 괜찮은 위치에 있네.
"동료들을 조금 불러와도 되겠습니까?"
"물론 환영이지. 몇명이나 되나?"
"많아요. 그것도 아주 많이"
* * *
[나 : 엔초야. 지금 당장 집합이다]
[엔젤초라기 : 넵! 어디로 몇명이나 데려갈까요?]
[나 : 남향왕국 수도 로드란. 데려올 수 있는 한 최대한 다 긁어모아 와라]
[엔젤초라기 : 알겠습니다! 단원들 싹 챙겨 가겠습니다]
[나 : 아냐, 그걸론 부족해. 단원들 친구목록에 있는 형, 동생, 친구, 사촌, 엄친아까지 데려올 수 있는 전투 클래스는 가능한 다 데려와라]
[엔젤초라기 : ...? 아, 어쨌든 알겠습니다!]
솔직히 이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몇 명이나 올까 싶었다.
기껏해야 한 100명 정도 더 얹어지겠지 생각했는데... 이건 생각보다 많네.
"와아... 이게 대체 다 몇명이야?"
"전체 단원까지 모두 포함해서 총합 1,014명 입니다!"
나랑 승현이, 수아까지 포함하면 1,017명.
거기에 수도에 있던 군대 까지 합하면 머릿수로는 절대 딸리지 않겠는데?
"잘들어라! 나한텐 계획이 있다! 그리고 그 대로만 따라준다면, 우리는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다!"
나를 제외한 모든 인원들은 밖으로 나가 적군에 성벽에 접근하지 못하게 싸움을 건다.
그리고 충분히 적들의 기세가 약화 되었을 때 내가 나서서 마지막에 처리한다.
대충은 이렇게만 일러두었다.
뭐 그동안 나도 성벽에서 활 쏘면서 스택 쌓고 있겠지만.
도적단이야 완전히 내 편이니 아무 말 없었고, 승현이도 내 진짜 속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수아는 살짝 의아해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정의를 수호하는 우리 포도당! 대장의 지휘를 따르겠습니다!"
"그렇지, 좋아... 잠시만, 무슨 당?"
포도당이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분명 제대로 들은 거지?
"...쌀 씹으면 단 맛 나는 그 포도당(葡萄糖)?"
"에이, 당연히 아니죠. 잡을 포(捕)! 도둑 도(盜)! 이리 하여 도둑을 잡는 정의의 포도당(捕盜黨)!"
"..."
아니 글쎄, 이건 누가 봐도 밥 씹을 때 나오는 포도당처럼 들리잖아!
그것보다 너네가 도둑 아니였냐?
"전투개시!"
내가 성벽 위에서 봉화를 피우자, 포도당이라는 엄청나게 쪽팔리는 이름을 가진 집단이 우르르 몰려나가기 시작했다.
분명히 처음엔 적군이 되게 많아 보였는데, 우리 쪽에도 그만큼의 인력이 가세하니 별로 놀랍지 않다.
그 만큼 우리측이 많아졌다는 소린데... 하긴 천 명이나 늘어났긴 하지.
성벽 앞으로 달려가는 포도당(부르기도 민망하네)에는 수아와 승현이도 가세해 있었다.
약간 떨어진 곳에서 전투의 광경을 들여다 보는 소감은 뭐랄까. 전쟁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끈임없이 베고 베이고, 또 누군가가 죽고.
"아참! 지원 사격 해야지"
스택을 쌓지 않는다면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게 아무 의미 없어진다.
지휘는 커녕 놀기만 했으니, 그야말로 '아무것도' 안 한 것이다.
최대한 빨리 90스택을 쌓아전장에 합류하는 것, 그것이 이번 전투에서의 내 역할이다.
슈슈슈슈슉.
로드란의 무기창고에서 쓸만한 활과 화살을 찾던 중 신기한 화살이 하나 있었다.
마법부여, 일명 인챈트(enchant)된 화살.
발사 할 시 3발로 나뉘어 일직선상에 꽂힌다.
말그대로 한 발에 '속사'가 가능한 것이다.
더 유용한 것은, 여기서 나뉘는 한 발 한 발에 각각 1스택 씩 쌓인 다는 것이다.
한번 쏠때마다 3스택이 쌓이니, 평소보다 3배 빠르게 스택을 올릴 수 있다.
10초를 조금 넘었을 땐 벌써 60스택.
퍼엉!
적군한테 마법 병기가 있었는 지, 내 화살이 닿자 큰 폭발음과 함께 터져버렸다.
"이크!"
다행히 우리 쪽의 피해자는 없는 듯 했지만, 앞으론 조심해야겠네.
스택도 거의 다 쌓였겠다. 이제 슬슬 내려가 볼까?
"하압!"
계단 따위 이용할 필요 없이 그냥 밖으로 뛰어 내린 뒤, 그림자 도약으로 가볍게 착지했다.
그리고, 전장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대장이 왔어! 모두 힘내!"
엔초가 저리 말하니, 기대에 부응해 줘야지.
나는 허리춤에 찬 초보자의 검을 꺼내들었다.
* * *
아직까지 90타 스택 한 번을 버텨낸 몬스터,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3차 웨이브 때처럼 그 누구도 내 한방을 견디지 못했다.
"우와..."
사실상 이쯤 되면 다른 병력들은 더이상 필요 없었다.
내가 베는 한 번 한 번에 전부 쓰러졌으니까.
생각해보니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된다면 공성전에서 무척 유리할 것이다.
90타를 견뎌내는 녀석이 없다면 말이지.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걸 맞고도 끄덕 없는 녀석이 나타나버렸다.
깡!
"뭐, 뭐야 이거...?"
족히 20미터는 되어보이는 거대한 몸집에, 단단한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는 인간형의 병기.
골렘이다.
아마 아까 내가 터뜨렸던 것도 저런 골렘이겠지.
"근데... 이게 이렇게 컸나?"
그리고 그것과 같은 종류였다면 이 녀석도 아까처럼 화살 하나 맞고 터졌어야 했다.
"이건, 그냥 평범한 골렘이 아니에요"
전장에 있던 한 마법사가 말했다.
"평범한 골렘은 일반적인 마법주문을 새겨 만들지만, 여기엔 드래곤 언어가 새겨져 있어요"
"어떤 주문이 적혀 있는지 볼 수 있으세요?"
"많이는 못 봐요. 그런데, 30겹의 HP 보호막이 있어요"
"...!"
HP 보호막은 일반적인 보호막과는 다르다.
이게 있으면 HP가 완전히 닳아도 풀 HP로 시간지체 없이 부활한다고 보면 된다.
HP 보호막이 한 개만 있으면 아무리 핵 무기 급 공격이라도 한 번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HP 보호막을 30개나 가지고 있다니. 내가 때려서 방금 하나가 까였지만, 아직 29개가 남았다.
위이이잉.
"모두 피해!"
갑자기 골렘이 가동되며, 빠른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성벽을 곧장 향해서 말이다.
만약 저게 그대로 부딛혀 폭발한다면, 로드란의 거대 성벽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 작품 후기 ==========
연재주기가 정해졌습니다! 아쉽게도 앞으론 1일 1연재... 비축분이 안 쌓아다보니 감당이 안되네요 ㅠㅠ 업로드 시간은 6시~7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