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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28화 (29/117)

<-- 에킬라가 위험해 -->

28화

덜컹, 덜컹.

"아 진짜. 멀미 날것 같애"

시골길로 달리고 있는 마차라 그런지 포장된 도로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승현이는 벌써부터 비닐봉지를 쥐고 있었고, 수아는 기절한지 꽤 됐다.

만약 이게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었다면 어땠을까.

게임 속이기에 접속을 종료했다가 몇 시간 후에 재접하기를 반복하며 버틸 수 있었지만, 진짜 며칠동안 이런 마차에 갇혀 있어야 했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끄아..."

가만히 앉아 있으니 아무런 생각도 안 난다. 스르륵 잠만 오고...

쿵!

"뭐, 뭐야?!"

설마 또 저번처럼 도적들의 함정에 걸려든 건가?

"과속방지턱입니다. 안심하세요"

"아..."

개발자가 무슨 생각으로 판타지 게임에다가 현대식 교통법을 도입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도적떼가 아니라니 다행이다.

우리 앞에는 큰 도시가 펼쳐져 있었다.

많이 낯이 익은 익숙한 도시. 남향왕국 에킬라의 수도 로드란이었다.

"하루 동안 로드란 마구간에서 쉬어가겠습니다"

마부가 마차에서 내려왔고, 조금씩 정신을 차린 우리 일행이 다음으로 내려왔다.

"흐아아아암! 덜컹 거려서 제대로 못 잤어"

"이제 좀 제대로 쉬자. 근처에 가면 여관이 있을거야"

그래도 로드란은 치안이 그나마 잘 된 곳에 속하니까, 저번처럼 마차 타겠다고 예약차에다 돈지랄하는 놈은 없겠지.

갑자기 궁금해지는 게, 지금도 대놓고 왕성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경비들이 받아줄까?

만약 된다면 간만에 국왕한테 인사도 할 겸 한 번 방문해볼 생각이었다.

"먼저 들어가서 쉬고 있어. 난 잠깐 가볼 데가 있어서"

"아아. 설마 이래놓고 째려는 거 아니죠? 그냥 가고 싶으면 솔직하게 말하시면 되요"

"그런 거 아니라니까. 왜 갑자기 날 못 믿는 건데?"

"킥킥, 장난이죠. 다녀오세요. 마차 출발하기 전까진 돌아오시고요!"

여관 방까지 잡은 뒤 나는 왕성으로 향했다.

역시 전체 왕국의 중심지 중에서도 중심지인 곳이라 그런지 온통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 중에 성문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이곳은 제한 구역입니다. 누구시죠?"

"현우 라고 합니다. 국왕폐하를 만나러 왔습니다"

[에킬라 왕국의 최고 기밀 권한이 확인되었습니다]

"신원이 확인됐다. 들어가도 좋습니다"

경비병이 굳게 닫고 있던 문을 열어주었고, 난 유유히 성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저 사람 뭐지? 플레이어인데 당당하게 성 안으로 당당히 걸어가고 있어"

"랭커로 보이지는 않는데, 경비가 그냥 열어주네"

"어머! 혹시 저 사람, 그 때 그 3차 웨이브 사건 때 그 사람 아니야?"

"나 저사람 케인 방송에서 본 거 같은 데. 설마 그 막타충?"

주변에서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몇몇 있으니 입꼬리가 실실 올라간다.

아니 근데. 마지막에 막타충은 또 뭐야?

*       *       *

"또 보는 군. 그 사이에 꽤 강해졌어.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다행이네."

"제 소식을 들으셨던 겁니까?"

"안 들을 수가 없더구만 그래. 가는 곳 마다 그리 소란을 피우고 다니니"

아무래도 지금껏 여러 활동들 때문에 명성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내 소식이 전해지게 된 듯 했다.

"그 병기는 요즘 어떻게 되갑니까?"

"여전히 그대로지 뭐. 워낙 작업량이 많아 전체적으로 느리지만, 그래도 꾸준히 개발중이네"

만약 저 병기가 충분한 방책이 없을 때 완성만 된다면, 남향왕국은 전쟁국가로서 단연 1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저게 완성될 때까지 잘 버텨야 겠지.

"아무리 그 경비가 강하다 한들, 아직까지 난 그것을 무기로 사용할 생각이 없네"

"하지만, 저게 있으면 에킬라는..."

"그래. 운이 좋다면 대륙 전체를 지배할 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천, 수만의 피를 흘리게 될 것이야. 전쟁이란 그런 것일세"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는 무기를 가지고, 자신을 위협하는 무기만을 파괴하겠다는 건가.

사실 난 그런 평화적인 게 좋다. 아무리 게임이여도 그렇지 내가 전쟁광도 아니고 끊임없이 피 튀기는 전투만을 좋아할리가 없잖아.

아참!

"그래서, 완성되면 어떻게 빼내실 건지는 생각해 보셨나요?"

"무... 물론이지! 저번에도 내가 방법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

분명 방금전까진 진짜 진지 근엄해 보였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뻘쭘하지?

날도 저물었겠다, 대충 인사하고 왕성을 나왔다.

중간에 그 변소 같이 생긴(?) 지하계단을 찾아 둘러볼려고 했지만, 해가 어두워서 도통 찾을 수가 있어야지.

결국 지도를 펴고 여관을 찾아가던 도중.

"음? 저게 뭐지?"

왕성을 둘러싼 성벽 말고, 로드란 수도와 동향왕국 영토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성벽에 밝은 횃불이 들어왔다.

봉화인 거 같은 데, 무슨 일이지?

짧게 세 번, 길게 세 번, 다시 짧게 세 번 깜빡인다.

모스 부호로 SOS.

성벽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소리다.

*        *       *

다시 왕성으로 돌아가 대략적인 소식을 전해 들었다.

성벽의 감시병들이 대규모의 군대를 확인했다고 한다.

바로 이곳, 남향왕국의 수도 로드란으로 향하고 있는 군대를 말이다.

"조금 있으면 성벽에 대기중인 궁병들의 사정거리에 닿습니다. 사격할까요?"

"아니, 대기해라. 그들을 감시하고, 먼저 공격하기 전까지 선제공격은 금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왕성엔 한참동안 긴장감이 돌았다.

"후우,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인지. 레버튼 왕국과 적대 관계를 가질 만한 행동은 한 적이 없는데"

국왕이 눈을 살며시 감은 그 순간.

치리릭.

매끄러운 금속 소리가 내 귀를 짤막하게 스쳐갔다.

이건, 검을 뽑는 소리다!

순식간에 소리가 들린 쪽으로 그림자 도약을 사용하자 은신 상태에 있던 놈의 모습이 드러났다.

"으악!"

놈이 반응하기 전에 재빨리 손을 비틀어 검을 뽑아냈고, 관절기로 잠깐 경직 상태를 만들었다.

데미지는 전혀 입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관절기가 통하지 않는것도 아니지.

"너 딱걸렸어"

외부에서 어그로를 끌 동안 내부에서 암살자를 시켜 처리하려고 했던 건가.

이 자리에 내가 없었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테지만, 저들은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

"좀 대신 잡아줄래요? 도망갈 지도 모르니까"

오른팔을 꺾인 고통에 몸부림치는 놈의 엉덩이를 발로 뻥 차버렸고, 주변에 서 있던 경비병들이 그를 포박했다.

"너 뭐하는 새끼냐?"

"레, 레버튼에서 밖에 있는 군대와 함께 보냈다..."

동향왕국에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있었던 아주 평화로운 곳에서 대체 왜?

"목적이 뭐지? 저들을 보낸 꿍꿍이가 뭐야?"

"왕국 수뇌부에서 정보를 입수했다. 아주 위험한 정보..."

"그 정보란 게 뭔지 말해봐."

설마... 아니지?

분명 그건 기밀일텐데. 왕국 내부 깊숙히 까지 침투한 첩자가 아닌 이상 그 정보가 알려졌을 확률은...

"너희, 에킬라에서 궁극의 병기를 만들고 있다는 정보... 완성된다면 전 대륙을 지배할 수 있는 병기를 비밀리에 개발중이라는 정보였다"

"..!"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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