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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26화 (27/117)

<-- 잠깐 재정비 좀 하고 -->

26화

아무리 다른 사람이 들어가지 못한 다해도 승현이는 드래곤 둥지를 저대로 방치해 두는 게 영 걸렸나 보다.

그냥 말을 하지.

실례될까봐 부탁도 못하고 있는 승현이가 안쓰러워서, 그냥 내가 먼저 나서서 여관주인한테 5만 골드 정도 먹였다.

'고장'이라는 팻말과 함께 나무판자로 막힌 화장실 입구를 보니 기분이 꽤 나아진 듯 했다.

우린 앞으로 아틀란티스에 6일동안 더 머물 예정.

원래는 이곳 저곳 돌아다녀보다가 그냥 여관에서 뒹굴거릴 생각이었지만, 한번 잡몹 사냥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예전 계정으로도 아틀란티스에는 많이 와본 적이 없기에, 이번이 사실상 첫 여행이었다.

"흠, 지도가 맞다면 저 쯤에 사냥터가 있을 거에요"

내가 하필이면 또 길치라 수아에게 맞겨야 했다.

"대체 저건 뭐하는 혼종일까"

늑대처럼 생겼는데, 털이 푸르고 뿔이 나 있었다.

레벨대는 50~60 정도라고 하니, 우리가 사냥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자, 그럼 시작하자"

*       *       *

다들 신나게 사냥하고 있는 동안, 나는 단 한 마리의 몬스터와 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겐 훨씬 만만한 몬스터이니 별 긴장감이 없겠지만 나는 다르다.

보스몹이나 잡몹이나 한 대 맞으면 똑같이 죽고, 잡몹이라 해도 최소 30~40 스택은 쌓아야 잡을 수 있다.

고로, 내게 잡몹이란 보스몹과도 같은 것이다(?)

행여나 이거 잡다가 죽기라도 해봐. 얼마나 쪽팔리겠어?

내 사정을 알고 있는 승현이야 이해해 주겠지만, 두고두고 주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하아압!"

고작 늑대 한 마리를 갖다가 이러고 있으니 갑자기 헛웃음이 나왔다.

시작마을에서 여우를 잡을 때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3차 웨이브 사건으로 방송도 타고, 280렙 짜리 드래곤 감시병도 잡은 뒤라 그런 듯 했다.

"키에엑!"

결국 기나긴 사투 끝에 한마리를 잡았다.

이제 스택도 쌓였겠다, 본격적으로 사냥해볼까?

패시브가 강화되면서, 이젠 더이상 한 마리의 몬스터만 집중적으로 때릴 필요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스택은 미친 듯이 쌓여만 갔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지금 내가 몇 스택인 지도 잊어버리게 되었다.

어차피 다 한방에 죽었으니까.

"하하하하핫!"

미친 듯이 웃으면서 사냥터를 휩쓸고 있으니, 문득 그레이튼 마을 이벤트 때가 생각났다.

그 때도 이랬었나. 적들이 한 방에 썰리는 기분에 취해서, 그렇게 계속 달렸던 건가.

뭐, 어쨌든 좋으니까 상관 없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시시각각 떠오르는 알림창도 귀찮아서 그냥 닫아버렸다.

그렇게 한참동안 사냥을 즐기던 중.

"저기...형"

"응? 왜?"

"지금 사냥터에 있던 몬스터 다 잡으신 거 아시죠?"

"..."

벌써 다 잡혔다고? 그 많았던게?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그랬다. 그 많았던 몬스터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이름 : 현우]

[레벨 : 75]    [직업 : 과학자]

[HP : 1]       [공격력 : 1]

[방어력 : 0 (+200)]

[민첩 : 189 (+30)]

[마나, 지능, 신앙 스탯을 요구 하는 스킬을 배울 수 없습니다]

[보유 스킬 수 : 5]

사냥터를 한번 전멸 시켰더니 무려 11레벨이나 올랐다. 의도치 않게 된 민첩 스탯도 엄청났다.

솔직히 저정도면 진짜 준 랭커라고 해도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스킬 다섯 개?"

하나는 패시브, 하나는 진동타격, 하나는 유화술, 하나는 그림자도약.

그럼 나머지 하나는 뭐지?

새로 생긴 스킬인가?

"스킬 확인!"

[패시브 : 영혼의 울림]

[획득 조건 : 과학자 직업으로 75레벨 달성 시]

[본래 진정한 무인(武人)이란 육체가 아닌 영혼의 본질에 깃든 것. 이들의 결투에서 두꺼운 갑옷 따위 단 한치의 소용도 없는 법이다]

[나는 과학이다 로 강화된 공격력이 대상의 HP보다 높을 경우 다음 일격이 무조건 고정 피해를 입힙니다]

이거 만든 작자, 무협지를 너무 많이 본건 지 아님 그냥 중2병인 건지.

뭐 어떤 쪽이든 간에 이 스킬이 좋은 스킬이라는 건 확실했다.

방어력을 무시하는 고정피해.

공격력이 HP보다 높은 상태에서 고정 피해라면, 발동되고 한 대 때리면 무조건 죽는다는 소리 아닌가.

방어력 높혀주고 그딴 스킬 다 씹어먹겠단 소리다.

"그, 그래도 어쨌건 사냥은 못 하게 됐으니, 다시 여관으로 돌아갈까요?"

이거 갑자기 미안해지는데.

*       *       *

그날 뒤로 난 사냥터는 찾아가지 않았다.

주로 다른 곳을 돌아다니거나 그것도 아니면 여관에 콕 박혀있던가. 둘중 하나였다.

밤에 승현이랑 얘기도 해봤는데, 드래곤 둥지 발견하고 온 건 비밀로 하잰다.

어차피 말해도 안 믿을 거라나 뭐라나. 나야 상관은 없지만.

그렇게, 어느새 아틀란티스에 온지 일주일이 되었다.

"이제 드디어 탈출이다아!"

"야, 넌 뭔 말을 그렇게 해. 탈출이라니. 여기가 마음에 안 들었던 거냐?"

"아~뉘. 다른데 오도가도 못하고 오빠 옆에 꼭 붙어있었어야 했던 게 싫었던 건데?"

"승현이가 좀 빡세게 굴리긴 했지"

"...앨빈 너까지"

여관 방을 반납하고 포탈로 향하는 동안 계속 수다스러웠다.

포탈을 타고 대륙으로 돌아온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전 가볼게요"

"으엥? 어디 가는 건데?"

"아. 형한테 말 안 해줬구나. 앨빈은 길드 일 때문에 가봐야 되서요. 원래 아틀란티스까지만 같이 갈 예정이었어요"

말은 많이 안 섞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정들었는데. 이렇게 그냥 가버린 다니 살짝 허무했다.

"잘가. 나중에 꼭 다시 보자."

"네, 안녕히 계세요"

엘빈은 꾸벅 인사를 한 뒤 텔레포트로 사라져 버렸다.

이제 3인큐가 된 건가.

"좋아. 아틀란티스도 끝났고. 이제 다음은 어디였지?"

"음, 남단 미개척지 코스요"

시작마을과 중앙대륙을 잇는 땅을 말하는 것이다.

중앙대륙의 3분의 1 쯤 되는 거대한 규모의 지역이고 초보자들로 인해 곳곳에 도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합된 나라가 없다는 이유로 미개척지다.

"아틀란티스 가기 전에 마차 예약해놨으니까, 아마 지금쯤 대기하고 있을 거에요"

우린 바로 마차들이 잔뜩 들어서 있는 곳(마차역이라고 해야되나)에 도착했다.

"저거다! 잠깐, 저 사람은 뭐야?"

위에 뻔히 '예약차'라고 써있는데도, 어떤 놈이 우리 마차에 강제로 앉으려고 하고 있었다.

"아 이 답답한 인간아. 돈 두 배로 준다니까? 그러니까 나좀 먼저 태워주면 안돼? 급하단 말이야"

"안됩니다 손님. 다른 마차를 찾아보세요"

"아따 진짜 암걸리게 하네. 저기요. 나도 니 해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말로 할 때 순순히 비켜라. 응?"

진상이었구나.

아, 나 또 암걸릴 거 같애.

이럴땐 생각보다도 말과 행동이 앞서게 되더라.

"야, 띨빵아"

"뭐야?! 방금 어떤 새끼가 띨빵이랬어!"

"난데 왜. 한글 못 읽나 본데, 여기 예약차 자리다. 방해되니까 빨랑 꺼져. 되도 않는 돈지랄 하지 말고"

"너 이새끼... 겁이 없구나. 내가 누군지 알아도 그렇게 나댈 수 있을까?"

"한 눈으로 봐도 좆밥이구만. 왜, 꼽냐? 꼬우면 결투 신청해. 맞짱 뜨자"

이 정도 했으면 알아서 가겠지.

...라고 생각한 건 정말 크나큰 오산이었다.

"그래 좋다! 오늘 제대로 참교육 시켜줄게 꼬맹아"

[결투가 시작되었습니다]

"..."

미친, 진짜 한다고?

========== 작품 후기 ==========

음... 안녕하세요. 평소랑 달리 이리 진지&근엄하게 인사로 시작하는 이유는, 앞으로의 연재주기에 대해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원래 비축분이 다 될때까지 매 12시마다 그래서 총 1일 2연참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조회수가 조금씩 깎여나가고, 결국 무리해서라도 하루 3연참을 며칠 했었습니다.

네, 정말 무리였나봅니다.

12시 업로드 때문에 수면시간은 줄어들고, 제가 방학인데도 학교 특강때문에 시간이 많이 없습니다 ㅠㅠ

가능하면 연참을 유지하려 노력하겠지만, 회차 업로드가 느려도 조금 이해해 주세욥. 그래도 최소한 하루 한 편은 올라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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