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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18화 (19/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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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케인의 방송은 몇시간 동안 주구장창 보고 있을 정도로 재밌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내가 계속 봤던 것은, 저렇게 악랄한 짓을 떨어놓고도 자신은 전혀 잘못이 없다는 듯 오히려 상대를 욕할 수 있는 엄청난 뻔뻔함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심지어 그거에 동조하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아니 진짜 저 막타충 새끼. 사람 맞냐?]

[존나 뉴비처럼 약한 척 오지네. 그래놓고 케인 형이 와서 다 도와주니까 마지막에 막타 뺏어가는 인성보소. ㅉㅉ]

그러면 그 반응에 신나서 계속 그 지랄을 떠는 것이었다.

"초딩들이랑 얼쑤얼쑤 하니까 재밌나. 이해가 안되네"

뭐, 막타 뺏겼다고 징징대는 방송을 계속 보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그냥 TV 켜놓고 뒹굴뒹굴 거리다가 시간 맞춰서 워랜드에 접속했다.

다행히 텔레포트 수정은 충전되어 있었고, 나는 바로 남향왕국 수도로 돌아왔다.

"오, 돌아왔군. 부탁했던 거는 어떻게 됐나?

"여기 이렇게 잘 가지고 왔습니다"

나는 국왕에게 조그만 설계도를 내밀었다.

최소한 몇 주는 그렇게 땅 밑에 파묻혀 있었을 텐데 찢어지지도 않고 온전히 있는 게 신기했다.

"좋아. 이젠 우리의 병기를 완성할 수 있겠군. 고맙네 자네. 이 은혜 있지 않을 것이야"

[퀘스트 : 무덤속에 묻힌 설계도(완료)]

[에킬라 왕국과의 친밀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명성이 상승합니다]

[10,000 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

[에킬라 왕국의 최고 기밀 권한을 획득하셨습니다]

좋아. 사신 잡고 5번. 퀘스트 완료로 5번으로 이 퀘스트를 통해 총 10번의 레벨업을 했다.

그런데, 최고 기밀권한이라는 건 뭐지?

무슨 정보 엑세스 권한 같은 건가?

그럼 궁금한게 하나 있긴 한데...

"저기, 한가지 여쭤볼게 있습니다"

"뭔가? 궁금하다면 무엇이든지 물어보게"

"혹시 그 비밀병기라는 거... 정확히 어떤 병기인지 알 수 있을까요?"

딱히 별 다른 의도는 없었다.

그냥 이 고생까지 하고 와서 겨우 가져온 설계도인데, 뭘 만드는 설계도인지 정도는 알고 싶었을 뿐.

다행히도 국왕은 그런다고 날 경계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볍게 웃으며 내게 대답해주었다.

"그런게 궁금하다면야, 직접 보여주지. 따라오게"

국왕은 나를 보고 따라오라고 손짓하며, 왕성건물을 나와 어딘가로 향했다.

"여긴... 변소인가요?"

"하하하! 유머감각이 있는 사내구만"

대체 왜 중세유럽풍 판타지 게임에 조선시대 측간 같이 생긴 건물이 있는거지?

그러나 그가 이 측간(?)의 문을 열자, 지하로 쭉 연결되어있는 계단을 보고 나는 짐작했다.

"지하실에 뭐가 있나 보군요?"

"눈치가 빠르군 그래. 이 밑에 있는 지하실에서 비밀리에 개발중이지"

지하계단은 꽤 깊숙히 뻗어있었고, 덕분에 한 10분 정도는 계속 계단을 내려가기만 했다.

그리고 마침내 계단을 끝까지 내려와 '지하실'의 모습을 봤을 때,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걸 지하실이라고 해도 되는건가요... 무슨 축구장 급으로 넓은데"

그리고 그 축구장을 거의 가득 채울 정도로 큰 '비밀병기'. 대체 저걸 뭐라고 불러야 되지?

"거대 골렘인가요?"

"함선일세. 드래곤 언어와 타이탄 기술을 총동원해 개발중이지. 아직은 초기단계일세."

워랜드의 역사 설정중에는, 고대의 두 종족이라 불리는 드래곤과 타이탄이 있다.

드래곤은 순수한 마법만을 다루는 종족.

타이탄은 본래 마나가 없어 마법을 다루지 못했지만, 뛰어난 지능으로 드래곤들의 마법에 필적하는 기술들을 발명했다고 한다.

과거 세계를 완전히 지배했다고 알려지는 두 종족의 기술이 결합된다면...

"그야말로 완전한 '병기'겠네요"

물론 두 가지를 결합하는 건 무척 어렵다. 단순히 타이탄 장비에다가 드래곤 언어를 써넣는다고 되는 게 아닌 것이다.

근데 내가 그것보다 더 걱정인 것은...

"이거 완성하면, 밖으로 어떻게 꺼내실 거에요? 최소한 몇십 미터 밑의 땅인데"

"..."

뭐지 저 표정은. 미처 거기까진 생각을 못 했다는 건가.

"무, 물론 방법이 있지! 완성되면 두고 봄세!"

"...네"

왜 방법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다는 말로 들릴까.

*      *      *

퀘스트도 끝났겠다, 국왕은 다시 날 자유의 몸(?)으로 돌려보냈다. 필요할 땐 또 부르겠다나 뭐라나.

아니 내가 무슨 찾아가는 용병서비스도 아니고, 왜 지 마음대로 불렀다 보냈다 하려는 건데?

어쨌든, 심심해서 앞으로 내가 성장할 사냥 코스(?)를 대충 만들어 봤다.

어디 마을에 가서 보스 몬스터를 잡고, 또 그 다음엔 어디 마을로 가서 장비를 사고, 뭐 대충 이런 식.

한번에 너무 많은 계획을 쌓아두고 싶지 않아 100레벨까지만 만들어놨다.

대부분이 솔로 보스사냥이었지만, 가끔은 잡몹 파밍이나 파티 같은 것도 구해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가끔씩 초급 수련장도 찾아봐야지.

가기만 한다면 뉴비들에게도 열려있는 공개적인 입문 수련장과 달리, 초급부터는 그 위치가 철저히 비밀에 쌓여있다.

설령 찾아간다 하더라도 이전 등급의 수련장의 수료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조차 없는 곳.

대신에 초급 부터는 스탯 올리는 효율이 꽤 좋다고 한다.

"나나나 나 나~~"

덜컹이는 마차에서 의미 없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음치 박치에 노래방에서 70점을 못넘겨본 나지만, 어차피 들을 사람도 없어 상관 없었다.

아, 마부가 있구나.

지금쯤 귀가 썩었을 테지만, 이미 완전히 썩어 소리가 들리지 않을 테니 괜찮을 거야!

그렇게 말도 안되는 핑계로 노래를 계속 흥얼거리던 중, 갑자기 마차가 심하게 흔들렸다.

"뭐, 뭐야?!"

마부도 상당히 당황한 표정이었다. 어디 돌멩이라도 걸린건가?

"히이이이이잉!"

말들이 깜짝 놀라 넘어져버렸고, 빠르게 달리던 관성 때문에 마차는 한참을 굴렀다.

"히익!"

쿠구구궁!

길 옆에 있던 나무를 대상으로 삼아 간신히 유화술로 빠져나왔지만, 마차는 한참을 굴러 완전히 박살나고 말았다.

갑자기 뭔 일인데?

뒤를 돌아 마차가 넘어졌던 지점에 두꺼운 밧줄이 낮게 깔려 있었다.

색이 땅이랑 비슷해 멀리선 잘 안보였겠지. 가까이 왔을 땐 사각지대였고.

이런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다는 건, 누군가가 일부러 마차를 넘어뜨렸다는 소리다.

대체 누가?

그때, 나무 뒤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복장을 보니 대충 알 수 있었다.

도적 떼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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