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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16화 (17/117)

<-- 이새끼 뭐야? -->

16화

생각해보니, 그란시티도 이쪽 왕국 소속이었다.

거의 남동쪽의 끝자락에 있는 마을이지만, 국경상 아슬아슬하게 남향왕국에 걸쳐 있던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정말 국왕한테 따지고 싶었다.

왜 하필이면 그란시티에다 묻었냐고. 그쪽은 수도에서도 한참 멀리 있잖아!

[퀘스트가 수락되었습니다]

장소가 어딘지도 묻지 않고 덥썩 수락한 내가 병신이지 에휴...

"아니 그래도, 설마 그란시티일줄은..."

이제 와서 징징대 봐야 무슨 소용이겠어.

좋은 싫든 간에 어쨌든, 나는 그란 시티에 올 수 밖에 없었다.

역시 분위기가 영 좋지 않았다.

열린 상점 같은 것도 없이 다 천막으로 가려져 있고, 여기저기 구멍난 집들은 흡사 유령도시를 연상시켰다.

대체 어디서 나오는 꾸린내인지 악취까지 코를 찌른다.

묘지를 찾기 위해 텔레포트 포인트부터 1시간 가량 걸어본 소감은 다음과 같다.

절대 플레이어가 살 곳이 아니다.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 지 그란시에서 거주중인 플레이어는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굳이 있다면, 퀘스트를 위해 이 악물고 찾아온 나같이 불쌍한(?)사람들 정도랄까.

여기 오래 머무를 생각 따윈 없었다.

무덤 파고 설계도만 챙겨서 바로 나와야지.

중앙왕국에서 남향왕국까지, 또 그곳에서 그란시티까지 장거리 텔레포트를 두번했으니, 충전될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클리어해도 최소한 갈 수 있는 거리중에서 최대한 멀리 가 있을 작정이었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공동묘지 앞에 와있었다.

[경고! 현재 그란시티 공동묘지에는 사신이 출현해 있습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나는 주저하지 않고 확인을 눌렀다.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묘지 앞에 달려있던 문이 저절로 열렸다.

"금방이라도 귀신 튀어나올 분위기네... 뭐, 진짜 귀신이 있다고 해야되는 건가."

사신이라는 녀석도 죽은 놈일테니까.

나는 미리 구비해 두었던 휴대용 전등에 불을 밝혔다.

당연한 소리지만, 여기선 썩은 내가 더 심했다.

내가 가장 놀랐던 건, 그란 시티에서 죽은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것이다.

그야 사람들이 밖에 나오는 걸 많이 못 봤으니까, 원래 많이 안 사는 곳인 줄 알았지.

한참을 돌아다니자, 겨우 개발진의 묘지를 찾을 수 있었다.

[제이슨 아일러(NPC)]

[그란 시티 출신의 과학자 제이슨의 묘지. 어릴 때부터 과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에킬라 왕국의 비밀 개발진이 되었다. 현재 그는 이곳에 잠들어 있다]

"흠... 재능충이었단 말이지?"

왠지 무덤을 파헤치는 데에 대한 마음부담을 조금 덜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삽질을 시작하려던 그때.

마침 놈이 나타났다.

[죽은 자의 안식처에 손을 대는 자, 사신에게 목숨을 내놓음으로서 마땅히 댓가를 치르리라]

[이동형 보스몬스터, ‘그란 시티의 사신’이 출현했습니다!]

* * *

터벅터벅.

사신이 천천히 내게 걸어왔다.

단지 낫을 쥐고 걸어올 뿐, 그뿐이었는데도... 정체모를 기세에 억눌려 나는 조금씩 두려워하고 있었다.

"군중제어 효과인건가"

공포, 도발, 기절 등등 다양하게 대상의 정신을 지배하는 cc기들.

그중 공포는 일시적으로 대상의 움직임 및 공격력을 낮추고 정신집중을 방해한다.

하지만 나는 주문 외우는 스킬도 없을 뿐더러, 애초에 공격력도 1.

정신만 제대로 잡고 있는다면 그리 큰 패널티는 없었다.

갑자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신은 왜 다 저따구로 생겼다.

발끝자락까지 끌리는 긴 천옷을 헐렁하게 걸치고, 뼈마디밖에 안 보이게 삐쩍 마른 양손으로 기다란 낫을 든 채로, 얼굴은... 굳이 묘사하지 않겠다.

알아서 생각해봐. 난 말하느라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조차 역거우니까.

"하아압!"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으니 답답해 죽을 것 같아서, 결국 나는 사신에게로 달려갔다.

이동속도가 저리 느린 데 공격속도는 얼마나 빠르겠어 했지만...

"히긱!"

어떻게 날아왔는지도 모르게 사신이 곧장 내게로 낫을 휘둘렀다.

덕분에 또 쫄아서 유화술을 빼버렸고.

"아 ㅆ..."

짜증나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사신의 뒤로 이동하자마자 하나 둘 세에...하기도 전에 사신이 빠르게 뒤돌아 날 공격했다.

어쩌지? 유화술은 이미 빠졌고, 궤적 때문에 몸을 숙여서 피할 수도 없다.

분명 방법이 있을텐데... 맞다!

얼마전 설인을 잡았을때. 보상으로 획득했던 스킬이 있었다.

그림자 도약.

시전시간이 얼마인지, 이동거리가 얼마인지는 몰라도, 최소한 지금은 공격범위 밖으로 물러날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사신의 낫이 내 옆구리를 찌르기 직전에 피할 수 있었다.

"으아악!"

도약이라는 스킬 설명과 다르게 난 거의 순간이동하다시피 물러나 있었다.

반쯤 넘어진 상태로 사용하다보니 그대로 몸이 튕겨져 굴러갔다.

"으으..."

눈깜짝할 사이에 사신이 내게 다가와 있었고, 이번공격은 간신히 굴러서 피했다.

아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빨라진 건데?

반응속도도 빠르고, 내게 잠시동안의 틈도 주지 않는다.

저번처럼 공격하는 걸 완전히 잊은 게 아닌데도, 공격할 틈을 주지 않아 10스택도 못 쌓은 상태였다.

탁.

방금 겨우 10스택 쌓았지만, 여전히 방어구도 못 뚫는 딜.

쥐꼬리만큼이라도 딜을 넣으려면 최소 30스택까지 가야되는 데, 무리하게 스택 쌓으려 하다간 한순간에 골로 간다.

그런데...

"쟨 또 뭐야?"

방금전까진 아무도 안 보였는데... 갑자기 묘지의 나무들 사이로 누군가가 슥 나타났다.

두꺼운 천으로 만든 후드티 비슷한 걸 걸치고, 쌍단도를 양손에 쥔채 여유롭게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이었다.

"보아하니까 좀 힘든 것 같은 데, 좀 도와드려요? 그 상태로 가다간 못 잡고 죽으실텐데"

[다음 플레이어로부터의 파티 초대 요청 : 케인]

[수락하시겠습니까?]

케인이라... 흔한 중2병 닉이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다짜고짜 찾아와서 진상떠는 거지? 도와주겠다는 말도 밥맛이고.

대체 이새끼 뭐야?

========== 작품 후기 ==========

나이도 어리면서 꼭 저렇게 나대는 애들이 있죠. 물론 저보다야 나이가 많지만... (현 중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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