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스레이드? 나 혼자 하면 되지! -->
11화
[중앙 왕국, 에란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국가에서 당신에게 밋밋한 호기심을 보입니다. 앞으로 NPC들과의 거래 또는 퀘스트에서 소소한 추가혜택을 얻습니다]
기왕 혜택 줄거면 좀 제대로 주지, 밋밋한 호기심은 또 뭔데?
뭐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단 나을테니깐.
"그나저나, 유희 씨는 여기 없구나..."
솔직히 말해서, 그녀를 먼저 보냈을 때 그녀가 날 기다려 줄 지도 모른다고 내심 기대했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멍청한 짓이었지.
그녀가 비록 나랑 같은 경로로 워프 중이었다고 해도, 그게 굳이 나랑 같은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남서쪽의 시작마을 섬에서 북동쪽으로 이동했으니, 중앙 왕국이 아닌 남서쪽의 왕국이나 북동쪽의 왕국에 갔을 수도 있는 것이다.
"상태창!"
[이름 : 현우]
[레벨 : 19] [직업 : 과학자]
[HP : 1] [공격력 : 1]
[방어력 : 0 (+200)]
[민첩 : 77 (+30)]
[마나, 지능, 신앙 스탯을 요구하는 스킬을 배울 수 없습니다]
[보유 스킬 수 : 3]
여전히 저 과학자라는 직업명은 마음에 안 든다.
1뿐인 HP와 공격력도 마음에 안 든다.
하지만, 민첩만은 꽤 봐줄만하게 올라 있었다.
"PK들 아이템 드랍에서 쓸만한 거 좀 나와줬으면 좋았을텐데..."
그 상인, 만만한 초짜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까지 다 예상해두었던지, 그의 아이템 드랍에선 옷가지 빼곤 아무것도 건질 수 없었던 것이다.
경비는 정말 방심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모든 아이템을 다 드랍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감스럽게도 내가 쓸만한 장비들은 거의 없었다.
암살자 출신이라 그런지, 대부분 리치가 짧고 공격력이 센 단검이었던 것이다.
어차피 패시브 때문에 공격력이 높아봤자 아무 필요 없는데...
내가 초보자의 검을 쓰고 있는 이유도, 단지 공격의 사정거리를 늘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부분에선 꽤 쓸만한 장비였다. 결국 주화랑 포션 몇 개 챙겨서 나왔었지.
나는 망설임 없이 바로 도심으로 향했다.
잡몹 사냥하면서 파밍이라도 할까 싶었지만, 곰곰히 생각해본 뒤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나에게 있어서 작고 날쌘 잡몹은 그 어떤 보스몹보다도 까다로운 상대.
차라리 바로 게시판 같은 데를 찾아가 레이드 파티를 구하는 게 나았다.
잠깐.
"내가 굳이 파티를 구할 필요가 있나?"
어차피 보스몹을 때리는 건 딜러고, 탱커나 서포터는 딜러가 프리딜을 넣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어차피 HP 1이에 공격력도 고정이라 힐이나 공버프도 필요 없고, 공격이야 유화술로 피하면 되지 않나?
물론 탱커가 안정적으로 어그로를 끌어주고. 서포터에게 이속 버프 등을 받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런 보조적인 이점 때문에 보상을 나눠갖고 싶지는 않았다.
차라리 내가 직접 솔로 사냥 하는 게 낫지.
이제 내게 필요한 것은 보스몬스터의 출연 위치에 대한 정보 뿐이었다.
"어디 정보상이라도 찾아가 봐야 하나?"
보통은 값싸고 희귀정보가 많은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찾곤 하지만, 아까전 그 사건 때문에 별로 믿음이 안 갔다.
할 수 없이 조금 비싸긴 해도 공식 정보상을 찾아가야 하나...
* * *
공식 정보상이라고 무조건 NPC 상인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왕국에 가서 서류를 제출하기만 하면 될 수 있다.
대신 그 서류 절차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최소한 사기 치는 녀석들은 거를 수 있는 것이다.
그 신뢰성 때문에 가격이 더럽게 높지.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돈만 충분히 먹인다면 깔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게 바로 이곳이었다.
[젤란에 정보교류 상점]
작명센스 하곤 참... 갑자기 발 확 돌리고 싶어지네.
그래도 여기가 뭔가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원래 상인은 숙련자를 찾아가는 게 좋다지만, 공식 정보상은 예외였다.
얘네는 지들끼리 정보 공유가 돼 있어서 어차피 어딜 가든 알거 다 알고 있다.
그러니 장사수완 그런 게 많이 없는 초보들을 찾아갔을 때 쉽게 이득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호구'들인 것이다.
찰랑.
문 안쪽에도 별 장식 없이 커튼 하나가 다였다.
"어서오십시오! 젤란에 정보상점에 오신것을 환영하..."
"됐고, 2천 줄테니까 묻는 거에 아는대로 말해봐."
"허걱! 무, 물론입죠! 제가 아는 모든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역시 제대로 찾아왔다.
이렇게 호구인 황금고블린을 만나다니! 호사가 따로 없도다.
어차피 골드 정도야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자, 보스몬스터를 잡을려고 하는 데, 경험치 많이 주는 녀석으로 추천해줘봐."
"네, 네! 파티인원이 어떻게 되시죠?"
"나 한 명이다. 솔로 사냥이야."
"음... 그러시다면 조금 난이도가 쉬운 녀석으로..."
"그런 거 필요 없어. 빡센거여도 괜찮으니까 효율 높은 걸로."
"그러시면 위험해요! 몇 레벨이시길래..."
"19레벨"
"에에?! 정신 나가셨어요?"
"말꼬라지 봐라. 돈 안준다?"
"아, 네. 죄송합니다..."
이러니까 너무 진상 손님 된 거 같네.
나는 상인을 설득해서 겨우겨우 토벌되지 않은 보스들의 목록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중에서 공격속도 느리고 둔한 녀석들만 찝어줘봐."
"음, 대충 이 세 개 정도요?"
[드래곤 둥지의 감시자 Lv. 152]
[위치 : 펠포드 숲, 이상 특정 불가]
[그렌 시티 묘의 사신 Lv. 49]
[위치 : 그렌 시티 묘]
[메멘텔의 설인 괴수 Lv. 64]
[위치: 메멘텔 산맥 최고봉]
드래곤 둥지의 감시자는 랭커들이 파티를 맺어 겨우겨우 클리어하는 던전이었다.
대개 감시자가 아닌, 그 뒤에 나타나는 드래곤 둥지를 토벌하기 위해 가는 곳.
하지만 감시자 뒤에 무조건 드래곤 둥지가 있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설령 있다 하더라도 나 혼자 클리어하기엔 무리었다.
일단 1번은 패스.
다음은 그렌 시티 묘의 사신.
레벨도 딱 적당하고 위치도 정확히 나와 있지만, 사실 딱히 가고 싶지 않았다.
우선 위치 자체가 대륙 끝자락일 뿐더러, 난 그렌 시티같이 암울하고 침침한 곳은 딱 질색이었다.
오죽하면 사신 류의 몬스터가 나타나는 출연율이 1위인 지역일까.
그럼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메멘텔의 설인 괴수였다.
"메멘텔이면, 에란젤 바로 북쪽이잖아?"
만년설에 험한 산길로 유명한 게 메멘텔 산맥이었지만, 난 차라리 이런 곳이 좋았다.
"좋아요, 설인 괴수를 잡으러 가겠어요"
"행운을 빕니다. 저, 그런데 정보료는..."
"아참. 여깄어요"
나는 상인에게 2천골드를 던져 주고는, 나가려던 발음을 잠시 돌려 한가지를 물어보았다.
"저기 혹시... 여기 상점 이름, 에란젤 상점을 거꾸로 돌려서 지은건가요?"
"네! 맞습니다. 알아봐주시는 분이 계셨군요!"
"아마 다른 사람들도 다 알아봤을 거에요"
단지 '아, 제발. 아닐거야. 그렇게 아재 드립을 쳤을리 없어' 이러면서 뻔한 현실을 피하려 했겠지.
뭐 어쨌든, 진실을 알아낸(?) 나는 픽 웃으며 정보상점을 떠났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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