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격력 1로 랭커 까지-9화 (10/117)

<-- 나쁜 녀석들 -->

9화

처음엔 모든 일들이 다 순조로웠다.

섬에 사는 공룡들(리저) 덕분에 먹을 걱정도 없었고, 바다에서 차원석도 모을 수 있었다.

며칠 뒤에야 알아차린 건데, 차원석은 하루에 한개씩만 생성되더라.

일주일만 이곳에서 버티면 금방 에란젤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공룡들을 사냥하면서도 경험치가 꽤 쏠쏠하게 올랐다.

최초 사냥꾼 보너스로 추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고, 이 섬에서만 벌써 3번이나 레벨업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텔레포트 수정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마지막 차원석이 생성되는 날이 되었다.

"오늘이면, 집에 갈 수 있는 건가요?"

"네. 금방 다녀올게요. 제가 돌아올때까지 유희 씨는 안전하게 여기 계세요"

"헤에, 어떻게 그래요. 그냥 저도 같이 갈게요. 혹시 몬스터들이 나와도 현우 씨가 잡아주시면 되잖아요."

"에... 그렇긴 한데..."

잡을 수야 있다만, 그동안은 못 지켜드립니다. 알아서 사리세요.

...라고 했다간 엄청 눈치보이겠지.

뭐, 어차피 금방 주워서 갈 수 있을 테니 상관은 없겠지.

오히려 그게 더 빠를 것이다.

"좋아요. 그럼 같이 가죠"

그렇게 우리는 대충 정든 숙소(?)를 정리하고 해변가로 나왔다.

"분명 이쯤에 있을텐데, 오늘은 잘 안보이네요. 유희 씨, 혹시 좀 도와주실래요?"

"아, 네. 이 근처를 찾아보면 되는거죠?"

이상하다. 이렇게 안 나왔던 적이 없는데...

벌써 이 해변가는 다 찾아봤는 데, 차원석은 커녕 아이템 하나 보이지 않았다.

"유희 씨, 어디가세요?"

"저기 좀 보세요. 저거 분명히..."

그녀의 손 끝이 가리킨 곳을 봤을 때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알려지지도 않은 이런 무인도에, 작은 배 한 척이 정박해 있었던 것이다.

잠시 버그로 헛것을 보는 건가 했지만, 이내 배에서 내리는 사람과 그 위에 뚜렷히 나타나는 표시가 그 의심을 없애주었다.

[살인자]

소위 말하는 PK플레이어. 다른 유저를 죽였거나, 아니면 암살자를 고용하는 등 간접적으로 관여한 유저에게 부여되는 페널티 표식.

그 표식을 보자마자 대충 뭐 하는 사람들인지 감이 왔다.

"어이, 이봐. 다 찾아온 거 맞아?"

"그렇다고. 오늘 스폰된 것 밖에 없어. 해변 전체를 다 뒤졌다니까."

"그럼 그 전의 다섯 개는 어떻게 됐는 데?"

"내가 아냐?"

"리저들이 가져간 건 아니겠지?"

"그 멍청이들이 해변까지 나왔을 리가 있나. 그래도 혹시 조심해. 한 마리한테라도 걸리는 순간 우린 다 몰살이니까."

딱 한번, 우리가 오기 전에 생성되었던 차원석들은 어떻게 됐을 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저들이 가져간 거였군. 수시로 여기로 찾아와 차원석을 가져간 거였어.

"어떡하죠? 저들한테 차원석을 넘기고 그냥 본토로 태워달라고 할까요?"

"아뇨, 그냥 가길 기다렸다가 내일 나오는 차원석을 가지고 가요."

배를 타고 본토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 뿐더러, PK들과 한 배를 타는 것 자체가 꺼림칙 했다.

여러모로 내일까지 기다리는 게 현명하고 이득이었다.

그런데.

"크윽! 뭐, 뭐야?!"

"꺄악!"

"어이, 대장! 여기 웬 놈들이 있어! 이 녀석들한테 있는 것 같은데?"

뒤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한꺼번에 덮쳤다. 어찌나 힘이 센지 빠져나올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빨리 유화술을... 으읍.

*         *        *

생각해보면, 방어구를 입고 있었던 게 천만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남자에게 목을 졸린 즉시 죽었을 것이다. 아, 혹시 한 번 죽고 부활한 건가?

그래서 난 지금 어떻게 됐냐고?

"정신이 좀 들어요?"

"으아, 아직도 머리가 띵해..."

잠시 제압당한 상황에서 기절가스나 뭐 그런 것을 마신 모양이다.

난 즉시 정신을 잃었었고, 눈을 떠보니 지금의 깜깜한 공간이었다.

"아무것도 안보이네요. 일단 혹시 출구가 있나 찾아볼..."

"꺄악! 어딜 만지는 거에요?"

그녀가 뺨이라도 때리려는 것처럼 손을 휘두른 듯 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선 그저 허공을 휘저을 뿐이었다.

이윽고 잠시 후, 우리가 갇힌 방 안에 불이 들어왔다.

"인사나 그런 것 따윈 생략하지. 너희한테 차원석이 있는 걸 안다."

입을 연 남자는 굉장히 뚱뚱하고 콧수염이 길었다.

고전 소설에나 나올 법한 전형적인 악독 상인의 인상이랄까.

실제로도 그런 부류의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뭐, 니들한테 넘기라고요?"

"두번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순순히 넘긴다면, 이 배로 본토까지 태워다주지. 어떤가?"

"싫다면 어쩌시려고?"

"지금 당장 너희를 죽이고 가져가는 방법도 있다."

"못할 거라는 거 알아."

만약 우리를 죽였다가 차원석이 나오지 않으면 허탕 친 것이다.

아까보니 그 공룡녀석들한테 쫄아서 육지까지 못 올라오는 것 같던데, 그럼 우릴 방생해주는 꼴이지.

"선택의 기회를 주겠다. 넘길건가, 말건가?"

유희 씨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나보고 선택하라는 건가?

만약에 그녀가 평화적인 방법을 원했다면, 이때 절대로 내게 선택권을 넘겨서는 안됐을 것이다.

"좇까 이새끼야."

설령 여기서 한번 죽고 가더라도 저 녀석들에게 차원석을 넘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난 꼬우면 한대 치라는 눈빛으로 상인 새끼를 쏘아보았다.

"도착할때까지 둘을 잘 감시해. 포르티나 항까지 데리고 간다."

"어떡하게?"

"끝까지 안 넘기면 그냥 어디 노예로 팔아버려. 최소한 차원석 반 개 값은 나오겠지."

"저기 이봐, 할 말이 있는데 말야."

상인 새끼가 위쪽으로 올라가려던 순간 내가 중얼거렸고, 그는 다시 돌아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뭐지? 지금이라도 협조할 마음이 생긴건가?"

"이제야 확실히 알았어. 내가 너 같은 새끼를 정말 싫어한다는 걸. 그러니까 여기서 나가면, 너부터 죽여줄게."

원래 난 암걸리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상인 새끼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피식 웃으며 유유히 사라졌고, 우리 앞에는 큰 형들 두 명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쓸만한 작전을 구상하는 데에는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단 시스템창을 열어 인벤토리로 향했다.

지금까지 모아둔 차원석 다섯 개는 전부 내가 가지고 있었다.

일단 그 중 세개를 조합하여 텔레포트 수정 하나를 만들었다.

[텔레포트 수정을 제작합니다. 조합재료로 차원석 3개가 소모됩니다. 계속하시겠습니까?]

나는 말없이 확인 버튼을 눌렀고, 약간의 빛과 함께 수정이 완성되었다.

형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양손으로 빛을 최대한 감싸안았다.

"자, 이거 가지고 먼저 가세요."

완성된 텔레포트 수정은 유희씨에게 주었다.

"네? 저 혼자 이걸 가져가시면 현우 씨는 어떡하시고요?"

"다 방법이 있어요. 일단 유희 씨 먼저 안전한 곳에 가 계세요."

"그래도 어떻게 현우 씨를 버리고..."

"그냥 가세요. 전 알아서 따라갈테니까."

이번엔 내가 '제발 좀 가라'는 투로 유희 씨를 설득했고, 결국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꼭 무사하세요. 죽지 마시고. 혹시 허세 부리신 건 아니시죠?"

"그럴리가요. 자, 어서."

"다음에 뵈..."

유희 씨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텔레포트 수정은 그녀를 목적지로 순간이동 시켰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를 옆에 두고 다음 작전들을 시행하기에는 너무 쪽팔렸다.

능률을 위해서라도(?) 그녀를 미리 보내는 게 편했다.

"이번엔 진짜 이런 거 안하려고 했는데... PK좀 해야겠다."

나는 주먹을 꽉 쥔채 큰 형들에게 다가갔다.

========== 작품 후기 ==========

선작/추천 한번씩 꾹 눌러주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