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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7화 (8/117)

<-- 무인도에 그녀와 단둘이 -->

7화

"워프 포탈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행선지가 어디시죠?"

"에란젤 왕국 북쪽으로 부탁드려요."

"1,000골드입니다."

워랜드의 개발사도 기업인만큼, 돈 많은 사람에게 더 퍼주고 싶긴 했던 모양이다.

시작마을 섬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로, 남동쪽의 대륙을 돌아 본토로 들어가는 방법.

돈이 없는 대다수의 유저들이 사용하는 방식이며, 이 과정을 통해 몬스터를 잡고 중반치 분량의 레벨을 올린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나처럼 워프 포탈을 타는 방법.

솔직히 가장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이다.

1,000골드를 지불하고 바로 중앙 대륙에 찾아가 경험치를 올리는 것이다.

본토 쪽의 몬스터들이 더 효율이 높기 때문에 초반에 골드를 많이 번 플레이어들은 전부 이 방법을 사용한다.

공용워프포탈을 사용해도 되고, 아니면 조금 더 지불해서 휴대용 개인 포탈을 쓸 수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은, 그냥 바다를 가로지르는 것이다.

시작마을 섬과 중앙대륙 사이에 놓인 거대한 바다를 헤엄치든, 배를 타든 해서 건너는 것이다.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며, 아직까지 성공한 사례는 모른다.

나는 돈을 지불한 뒤, 2m 정도 높이의 거대한 포탈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내 몸이 산산이 분해되며, 동시에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워프할 때마다 늘 겪는 이 시간이 난 좋았다.

이때가 아니면 닿을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주변의 모든 풍경이 잔상처럼 지나갔다.

마치 전혀 다른 공간에서 빠르게 질주하는 느낌.

그 때, 내 앞으로 희미하게 무언가가 보였다.

원래 대륙에 들어가기 전에는 푸른 바다밖에 보이지 않는 데, 그 사이에 작은 섬이 있었다.

중앙 대륙과 시작마을 섬 사이의 바다에 대해선 잘 알려진 게 없으니 그런 것도 있으려니 했지만, 내가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잠시 후였다.

"웬 사람이지?"

검은 장발머리를 한 여자가 바로 앞에 서서 달리고 있었다.

안 돼, 이렇게 가다간 부딪힌다고...

으아, 제발 피하라고!

...같은 건 없었다고 한다.

이대로 부딪히면 워프가 튕기며 죽을 것이고, 피한다면 워프가 튕기고 살 것이다.

어찌됐든 워프가 튕기겠지만, 죽는 것 보다는 살고 튕기는 게 낫겠지?

결정은 이미 났고, 나는 그녀와 부딪히기 직전에 유화술을 사용했다.

"으어어어!"

다행히 낙하 데미지는 씹었지만, 워프 중이었던 속도를 완전히 늦추지는 못했다.

덕분에 섬에 착지하고서도 몇 번을 굴러야 했다.

"꺄악!"

유화술로 간신히 통과했던 여자는 날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워프 중엔 밖에서 보이지 않으니, 그녀로서는 그저 내가 갑자기 툭 하고 튀어나온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당신 혹시... 사람이세요?"

"네? 지금 무슨 말씀을..."

그럼 내가 사람이지 뭔데?

"아니 제 말은, 플레이어시냐고요."

"아... 네. 저 플레이어에요."

아무래도 저 여자는 내가 NPC인지 확인하려 했던 것 같았다.

그나저나, 여긴 대체 어디지?

저 사람은 또 어떻게 여길 온 거고?

그녀는 나를 보고 ‘여행자’나 ‘이방인’이 아닌 ‘플레이어’라고 불렀다.

그 말은 이 섬에 사는 NPC가 아닌 일반 플레이어라는 건데, 난 그녀가 앞에 서 있지 않았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다.

"저기, 당신은 어쩌다 여기를..."

"아... 저는, 워프를 하다가 저기에 부딪히는 바람에..."

그녀가 섬 맨 위쪽 봉우리에 자란 나무기둥 하나를 가리켰다.

와, 저 얇은 데에 부딪히다니, 운도 지지리 없구나...

워프 포탈은 들어갈 와 나올 때의 약간의 위치변화에도 가는 길이 크게 바뀐다.

이 작은 섬 쪽을 지나가는 것조차 엄청난 확률인데, 그 와중에 하필 저 나무에 부딪히다니...

뭐, 나도 마찬가지이긴 하다만.

"혹시 닉네임이..."

"유희라고 해요."

"음, 유희 씨는 여기 온 지 얼마나 되셨죠? 비상식량 같은 건 좀 있으세요?"

"얼마 안 됐어요. 그리고 바로 여관으로 갈 생각이어서 비상식량 같은 건 없구요..."

"일단 아무것도 못 드셨을 테니ᄁᆞ, 이거부터 좀 드세요."

나는 그녀에게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비스킷을 몇 개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곳은 사람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무인도였다.

자유로운 정글의 분위기가 나는데... 잠깐, 저건 또 뭐야?

"유희 씨, 혹시 저게 뭔지 아세요?"

리저드맨과 공룡을 합친 것처럼 생긴, 지금까지 워랜드를 하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몬스터였다.

이 섬에 사는 평범한 잡몹처럼 보였다. 일단 내버려두면 공격할 테니, 잡아야겠지?

잡기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팔이 짧아 공격범위도 좁았고, 밑에 깔리는 것만 조심하면 되었다.

스택도 많이 쌓을 필요 없이 30타 대 정도에 사냥이 가능했다.

[히든 몬스터 ‘리저(Lizer)’의 첫 번째 사냥꾼이 되셨습니다!]

[앞으로 해당 몬스터에게서 받는 경험치, 아이템 드랍율이 상승합니다]

역시, 리자드맨(Lizardman)과 비슷한 종류의 몬스터였군.

그래도 역시, 첫 사냥꾼이라는 메시지를 보면 이 섬에 처음 생겨난 몬스터인 게 확실했다.

드랍된 아이템을 확인해보니, 골드나 장비 같은 것은 없었다.

[리저의 고기]

식재료 아이템이었구나. 좋아, 이런 게 있으면 당분간 여기서 먹을 걱정은 없겠...

생각해보니 문제가 한 가지 있었다.

내게는 요리스킬이 없다.

가끔가다가 현실에서 조리법을 배워 비슷하게 시연해 먹는 사람도 있다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조차 모른다.

"저, 유희씨... 혹시 요리할 줄 아세요?"

"네, 초급단계이긴 하지만, 스킬은 있어요."

유희씨라도 요리스킬이 있다 하니, 다행히 먹을 수는 있겠구나.

"그렇다면... 혹시 이거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유희 씨에게 방금 얻은 리자 고기를 내밀었다.

"헤에, 혹시 이거 식재룐가요..?"

"썩 먹음직스럽게 보이진 않죠."

나라고 이런 걸 먹고 싶진 않았다는 표정으로 썩소를 날렸다.

나는 찬찬히 유희 씨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변태처럼 쳐다봤다는 게 아니라, 착용한 장비를 살펴봤다는 거다.

그러니 내가 핡핡거리길 바랬던 음란마귀들은 조용히 물러가도록... 에엣취!

어쨌든, 얇은 천 옷차림과 도구가방을 통해 그녀가 생산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서 나가려면, 그녀는 내 전투능력이 필요하고, 나는 그녀의 요리능력(?)이 필요하다.

"유희씨."

"네?"

잘못을 고백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떨리는 거지?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괜찮으시다면, 여기서 나갈때까지 서로 돕는 게 어때요?"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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