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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3화 (4/117)

<-- 방어구가 필요해 -->

3화

다시 뒷숲 사냥터로 돌아왔다.

예전이었으면 평범한 잡몹으로 보고 바로 달려들었겠지만, 나약한 지금의 캐릭터로서는 한없이 강한 보스몹처럼 느껴졌다.

“후우, 긴장하지마. 몇 번 죽는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잖아? 그냥 연습했던 대로만 해.”

사실상 수련장에서 했던 것은 스탯 올리고 빠르게 때리는 거 연습했던 거지, 유화술의 타이밍은 아직도 잘 모른다.

실전에서 그게 몸에 익을 때까지 또 고생해야 한단 소리였다.

수많은 여우들과 사냥하는 초보자들 사이에서, 나는 조용히 칼을 뽑아들었다.

각을 보다가, 조심스럽게 여우 뒤로 다가가 뒷목을 슥 베었다.

하지만...

[직업 페널티로 치명타가 발동되지 않습니다]

[공격력이 대상의 방어력보다 낮습니다.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아나 이런 ㅆ...”

가장 약한 몬스터의 방어력도 못 뚫으면 대체 어떻게 딜을 넣으라는 거야?

물론 연타 스택이 쌓여 패시브가 발동된 뒤라면 조금 다르겠지만, 그동안은 아예 공격을 하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잡생각도 잠시.

곧 적을 인식한 여우가 재빠르게 내게 달려들었다.

“히익!”

너무 쫄아버린 나머지 시작부터 유화술을 사용해 버렸다.

다행히 여우의 첫 공격은 피했지만, 쿨타임이 돌 때까지 오직 내 능력만으로 회피해야 한다.

물론 쿨타임은 6초로 그렇게 긴 편은 아니었지만, 생각해봐.

6초동안 한 대도 안 때리는 몬스터가 있겠어?

그 시간동안에 최소한 몇번 씩은 공격을 할 것이고, 한 대만 맞아도 즉사하기엔 충분한 것이 나다.

“그냥 망했네...”

잡생각 할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여우는 난폭한 공격을 가해 왔다.

가장 웃긴 것은, 처음 몇 분 동안 나는 여우에게 단 1의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유화술이 빠지면 피하는 데만 집중해 공격을 하지 못했기 때문.

패시브가 발동되지 않은 기본공격은 방어력에 막혀 딜을 넣을 수 없었다.

“후우, 왜 이렇게 쫄아? 어찌됬건 잡몹일 뿐인데.”

장난으로 뺨따구를 때려주었... 잠깐만.

설마 이거 때렸다고 죽지는 않겠...

[자해는 자살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사망하셨습니다]

“...”

아아, 뒷골 땡겨...

* * *

“자, 침착하고 다시 해보자.”

사실 침착하기는 어려웠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그게 가능할리가.

뭐, 가능하다고?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부처님의 성품을 타고나신 진정한 성인이시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미안하다. 미쳐가고 있어서 개소리 한 번 해봤다.

됐고, 다시 사냥을 시작해야할 시간이다.

세번째 죽음부터는 사망 후 부활까지의 대기시간이 조금 길다.

그래서 그 빡치는 인내의 시간동안 약간의 전술을 구상해 봤다.

일단 접근은 언제나 은밀하게.

한 방 세게 그으려던 저번과 달리, 이번에는 속도에 집중했다.

쉬익, 쉬쉭.

한 번, 두 번, 세 번.

시작부터 3스택 쌓고 시작한다.

첫번 째 공격은 능력껏 회피, 두번째 큰 궤적으로 날아오는 공격은 유화술로 피한다.

그리곤 다시 넷, 다섯, 여섯.

이 과정의 끈임없는 반복. 분명 상당히 힘든 전투였지만, 그래도 효과는 있었다.

생존율을 높이고, 동시에 연속공격 스택까지 쌓을 수 있는 방법.

대신, 전투가 상당히 지루해진다.

그렇다고 긴장끈을 놔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30분 후.

[첫번째 몬스터, 작은 여우를 사냥하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드디어 해냈다!”

게임 시작 3주 하고도 4시간 만에 처음으로 잡몹을 잡아낸 것에 대한 감격의 눈물이 흘렀다.

정말 힘든 고난의 시간이었다.

피하고 때리고 피하고 때리고. 한대라도 맞는 순간 바로 사망.

그리고 결국에는 잡았다.

이제 막 캐릭터 생성한 사람들도 칼 몇번 휘두르면 잡는다는 잡몹을 말이다.

“휴우... 왠지 이런 잡몹 사냥으로 레벨업 하는 건 안 맞는 단 말이야...”

잡몹들은 대개 작고 민첩하며 공격속도가 빠르다.

매우 낮은 공격력이 그 모든 것을 씹어먹고 있지만, 그 공격이라도 한 대 맞으면 죽는 나로서는 극악의 난이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공격력이 세고 HP가 많아도 좀 둔하고 공격속도가 느린 몬스터가 더 맞는 듯 한데...

문제는, 그런 몬스터가 보스 몬스터 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디 보스 레이드 같은 파티라도 신청해 봐야 하나...”

이렇게 중얼거리며 내가 향하고 있는 곳은 방어구 상점이었다.

과학자라는 직업의 패시브 상 HP는 영원히 1로 고정일 것이다.

하지만, 방어력이 0으로 고정이라는 말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만약 좋은 방어구를 맞춰 방어력을 높인다면, 최소한 잡몹한테 한대 맞고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방어력 위주로 옵션이 붙은 아이템을 알아봐야 겠다. HP증가는 어차피 해당도 안되니까.”

초보자들의 시작마을이라는 느낌과 다르게 방어구 상점은 꽤나 고급졌다.

어느 정도 고레벨의 유저들만 착용할 수 있는 에테르 보석 갑옷까지 걸려있는 걸 보면, 꽤 잘나가는 게 분명했다.

“어서오십시오. 무슨 일이신지?”

“당장 쓸만한 방어구를 찾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레벨제한 없는 것으로 부탁드려요”

“원하는 장비 옵션 같은 게 있으신지?”

“HP보다는 방어력 관련된 옵션이 붙은 것으로 주세요.”

“방어력이라... 잠시만요”

가게 주인은 잠시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얼마 동안 나오지 않았다.

잠시후, 그는 별로 좋지 않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으음...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런 방어구가 있긴 합니다.”

“오오, 어떤 거죠?”

“저거입니다만...”

가게주인이 진열대 구석에 놓여 있는 갑옷을 가리켰다.

“아이템 확인”

[바람 기사의 돌풍갑옷]

[등급 : 레어]

[고대의 기사들이 사용하던 갑옷. 천으로 된 경갑옷처럼 보일 지 모르지만 매우 견고하며 신축성이 좋아 전장을 민첩하게 누비던 기사들에게 애용되었다.]

[옵션 : 방어력 +200 민첩 +30]

[착용제한 : 없음]

유니크 아이템 정도까지 좋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레어 급 중에는 준수한 편이었다.

특히 착용제한이 없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옵션도 딱 필요하게 들어있는 듯 하고... 좋아요, 얼마죠?”

“사실, 거기서 약간 문제가 있습니다.”

“뭐죠? 너무 비싼가요?”

“그런 문제면 제가 말도 안꺼내죠. 사실, 지금 이 가게엔 저 갑옷이 없습니다.”

“에? 그럼 이건 대체...”

“아, 이건 진열을 위해 만들어진 감정용 복제품입니다.”

헤에... 갑자기 확 깨네.

“그러면 대체 왜 여기 있다고...”

“대신,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 순 있습니다.”

“뭐죠?”

“이건 정말 아는 사람만 아는 정보인데, 뒷숲 사냥터 가는 길에 살짝 왼쪽으로 틀어 가다보면 작은 동굴이 하나 나온답니다.”

“네... 그런데요?”

“그 동굴을 내려가면 큰 공간이 나오는 데, 그곳에는 예전부터 살고 있던 거인 대장장이가 있답니다. 그곳에 가면 저 갑옷이 있을 거에요”

[퀘스트 : 시작마을의 거인 대장간]

[난이도 : C]

[뒷숲 거대한 지하동굴에 수백년 동안 감춰져 있던 대장간.

그곳에는 수많은 걸작품을 만들어낸 거인 대장장이가 있다.

기다리지 마라. 쟁취하라. 그러면 주어질 것이다.]

그러니까, 동굴에 그 갑옷이 있으니 가서 훔쳐오란 거지?

뭔가 이거 살짝 위험해 보이는데...

이제 막 2레벨을 달성한 내게 C등급 퀘스트는 꽤 빡세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끌렸다.

원래 게임이란 건, 불가능에 도전하는 재미로 하는 거잖아?

게다가 이건 엄연히 보스 사냥에 해당한다.

“좋아요, 한번 해보도록 하죠”

이 퀘스트도 말하고 있다.

기다리지 마라, 쟁취하라. 그러면 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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