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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2화 (3/117)

<-- 스탯 분배? 민첩 밖에 없는 데? -->

2화

탁! 타닥! 타다다닥! 탁!

숨이 턱턱 막히고 머리가 띵 해질때까지 쉬지않고 검을 두들겼다.

한대 한대에 큰 힘을 주진 않았지만, 대신에 그만큼 빠르게 때렸다.

초당 몇번 씩, 팔 근육이 닳을 정도로.

[경고! 체력이 20% 이하로 감소하였습니다. 곧 있으면 HP가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아직... 조금더 할 수 있어!"

이제 좀 그만하라고 아우성 치는 상태창도 무시한채 나는 계속 허수아비를 때렸다.

그러다 결국, 화면이 회색빛으로 물들고 말았다.

[사망하셨습니다. 초보자 버프로 아이템 및 경험치의 손실은 없습니다]

[시작 마을 중앙광장에서 리스폰됩니다]

나는 다시 분수대로 돌아와 있었다.

"하아, 결국 이렇게 되는 거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죽을 줄은...

보통 체력이 일정 시간 이상 닳은 상황에서 HP가 남아 있을 경우엔 기절로 끝나는 데, HP가 바로 0이 되니 그런것도  없구나.

"앞으로 무리한 운동은 삼가해야겠는 걸"

레벨업을 하고 장비를 사 방어력은 높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HP는 쭉 1일 것이다.

끄아, 이거 안좋아.

체력이 소진되고 HP가 닳는 시간동안에 조금 더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을, 니는 가질 수 없는 것이다.

안 그래도 길 노가다 시간이 더 늘어나는 것 같은...

그러던 사이, 나는 다시 수련장에 도착해 있었다.

역시 인적은 뜸했다.

옆쪽에서 목검을 들고 디시 수련하려던 그 때, 누군가가 내 등을 두드렸다.

그는 다름 아닌 교관이었다.

"자네가 방금 전 수련하다 죽은 자인가?"

"네... 그런데요?"

쪽팔리게 그런 건 또 왜 물어보는건데.

"내가 사람을 제대로 봤군 그래. 처음 왔을때 단단한 목검을 찾을 때부터 알아봤지. 깡이라는게 있는 놈일세."

"허허... 감사합니다"

불량품 갔다줄까봐 그랬던 건데... 뭐 칭찬해주면 고맙지.

"죽음까지 무릅쓰고 수련에 매진하는 이는 그렇게 많지 않지, 당장은 그리 강해보이진 않지만, 자네에겐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는 끈기가 있어"

"..."

결국 여기서 노가다 하란 소리잖아.

그래도 교관과의 친밀도는 높아진 것 같아 좋지만...

"기다려보게. 자네 같은 모험가들에게 주려고 준비해둔 게 있네. 따라오게나"

교관은 나를 수련장 옆 건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꽤 큰 장롱 같은 게 놓여져 있었다.

그가 문을 열자, 검지손가락 만한 약병 수십개가 쌓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그것들 중 하나를 꺼내 내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건 우리 수련관에만 내려오는 신비한 약일세. 일시적으로 체력을 높혀주고, 약간의 포만감도 채워주지 어디까지나 수련에 지장을 받지 않게 할 용도로만 사용하게나."

[교관의 비밀 약창고 : 접근 권한을 습득하셨습니다]

"아, 약이 부족해지면 언제든지 이곳에 와서 가져가게. 자네 같은 이들에게 문은 언제나 열려있네"

"감사합니다"

겉으론 무덤덤하게 받았지만, 속으로 난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래, 좋아. 이거라면..."

사용횟수 제한 같은 것도 없으니, 훈련하다가 때때로 마시면 거의 쉬지 않고 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아 물론 자는 시간 빼고.

*            *           *

그 뒤로 3주간은 계속 지옥훈련이었다.

허수아비를 때리고 또 때리고, 약 먹고 또 때렸다.

밤이 되면 방금전까지 내가 오지게 후드려 팼던 허수아비에 기대어 자고, 일어나면 다시 반복이었다.

노가다가 지루하기는 했지만, 교관이 준 약 덕분에 몸이 그렇게 고생하지는 않았다.

수련을 반복하며 얻은 스탯은 전부 민첩에 분배되었다.

가볍고 빠르게 타격하는 연습을 했기 때문도 있겠지만, 사실상 이유는 간단했다.

"스탯이 민첩밖에 없다니..."

과학자라는 해괴망측한 직업을 얻게 되며 적응해야할 것들중 하나였다.

힘, 지력, 지혜, 신앙 등등 기초적인 스탯이 아무것도 없었다.

덕분에 마법이나 기적을 사용하지 못하고, 기적 같은 경우에는 버프를 받는 것도 제한된다.

뭐 하긴, 전투 방식만 보면 민첩 외에 다른 스탯은 필요하지도 않지.

그러던 도중, 내가 목검을 휘두르는 박자와 허수아비의 진동수가 맞아지는 게 느껴졌다.

그걸 알면서도 난 멈출 수 없었다.

그저 계속 한없이 목검을 휘둘렀고, 진동수가 점점 일치해지는 게 검을 쥐고 있는 팔을 통해 느껴졌다.

결국,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쿵!

진동대로 충격을 받은 허수아비가 끝내 부서진 것이다.

"헐, 뭐야? 야, 저거 부서졌어!"

"무슨 개솔... 미친. 저게 부러졌다고?"

"이, 이게 무슨 일이야?!"

다른 사람들이 웅성이는 소리를 들은 교관이 밖으로 나왔다.

그러더니 쓰러진 허수아비 앞에 있는 날 보곤, 갑자기 호탕하게 웃는 것이었다.

"허허! 이거 놀랍군 그래"

대체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걸까...

"이곳 허수아비의 진동수를 맞추기 위해선 굉장히 빠른 템포로 검을 휘둘러야 하네. 몇 주만에 이정도의 경지까지 도달하다니"

뭐, 뭐야. 이게 그렇게 빠른 거였어?

"저기, 잠깐만 다른 허수아비를 써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하지만 더 부실 생각은 하지 말게"

교관의 농담을 가볍게 넘긴 채, 나는 목검을 다시 한 번 쥐었다.

혹시나 해서, 10초에 몇번이나 때릴 수 있는 지 시험해볼 참이 었다.

타다다다다닥. 타다다다다다....

"말도 안돼..."

총합 32번을 10초에 때렸으니, 초당 3.2번씩 때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면, 앞으로의 사냥도 할 만하겠는데?

"호오, 역시 놀라울 수준이군. 자네, 현우라고 했나?"

"네."

"더이상 여기서는 수련이 필요없을 것 같군. 이젠 나가서 자네의 길을 찾도록 하게."

[입문 수련관을 클리어하셨습니다!]

[1차 전직이 완료되었으므로 전직퀘스트는 진행할 수 없습니다]

[신규 스킬 : 진동타격(패시브)]

원래 수련관을 클리어하면 검사 관련 계열의 히든클래스로의 전직퀘스트가 열리는 듯 했다.

하지만 난 캐릭터 생성과 동시에 시험이라는 걸 봐서 1차 전직을 끝냈으니, 자연스레 그 길이 차단된 것이다.

하긴 뭐, 과학자가 되지 않았다면 여기와서 본의 아니게 수련장을 클리어하지도 않았을 테니, 딱히 후회되진 않았다.

그나저나, 신규 스킬이라니?

"스킬 확인!"

[패시브 스킬 : 진동타격

[적 대상의 고유 진동수를 알아내어, 일치하는 속도로 공격할 시 20%의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꽤 쓸만한 스킬이었다. 레벨을 올리면 중요하게 사용될 지도.

"자, 그럼. 자넨 어디로 갈 건가?"

"수련도 끝냈으니, 일단 사냥터로 나가볼려고요"

이젠 최소한 여우는 잡을 수 있겠지.

'안' 죽는다면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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