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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 1로 랭커 까지-1화 (2/117)

<-- 수련관 노가다.... -->

1화

물론 워랜드의 직업들이 전투직업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장장이, 요리사, 낚시꾼 등등 상상할 수 있는 수백가지 직업들이 존재했지만, 그 중 과학자가 있다는 소식은 한번도 듣지 못했다.

심지어, 과학이라는 게 ‘그’ 과학이 아니었다.

[과학자]

[레벨업에 따른 스탯 분배가 제한됩니다. 능력치가 고정되며, 스킬 포인트만 분배할 수 있습니다.]

[현우]

[레벨 : 1] [직업 : 과학자]

[HP : 1] [공격력 : 1]

[방어력 : 0] [민첩 : 20]

[마나, 지능, 신앙 스탯을 요구하는 스킬을 배울 수 없습니다.]

[보유 스킬 수 : 2]

"...이거 였냐. 이딴 과학이었냐..."

차라리 지능 스탯을 올려 새로운 포션이나 기술 같은 것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나을 뻔 했다.

이건 ‘진짜’ 과학이잖아?

전투직업도 아니고, 생산직에 필요한 스탯도 못 올리고, 뭘 어쩌라는 거야?

"민첩이 높으니까 달리기 선수라도 하라는 건가?"

그럼 항상 내가 챔피언이겠네. 나 말곤 선수가 한 명 도 없으니까.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던 도중, 나는 시작 마을에 도착해 있었다.

[워랜드 서버에 접속합니다. 행운을 빕니다]

예전에도 워랜드를 해 보았던 나로서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중앙광장의 분수대를 중심으로 사거리가 갈려 있고, 그 주위로 상점이나 여관, 대장간 등 각종 건물들이 놓여져 있다.

예전에는 여기가 이렇게 좋은 곳인 줄 몰랐지.

레벨이 올라가고 고효율 사냥터를 찾아 갈 수록, 이렇게 필요한 건물들이 다 모여 있는 마을을 찾기 힘들었다.

"이딴 직업을 가지고 여길 다시 돌아올 줄은..."

계정 초기화를 할까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보안 문제상 캡슐방 전용 기기에선 초기화가 불가능합니다. 가정용 기이에서 진행해 주십시오]

"당했다."

많은 유저들이 망한 계정을 가지고도 초기화를 할 수 없는 이유.

어떻게든 캡슐 구매를 권장하기 위한 개발사의 수법이었다.

"한 사람 명의로 한 계정밖에 못 만들지... 하, 진짜로 과학자가 되야 하는 건가"

고객센터에 가서 끙차끙차 구걸하다보면 초기화 시켜준다고도 하지만, 가장 가까운 고객센터는 여기서 차 타고 한 시간 거리.

전형적인 방콕형 인간이라 가기도 귀찮았다.

[확인하지 않은 스킬이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아, 그러고보니 스킬도 있댔지.

한번 알아봐 봤자 나쁠 것도 없을 것이다. 나쁘다면 안쓰면 그만이고.

[패시브 스킬 : 나는 과학이다]

[과학의 길에 접어든 것을 축하드립니다! 공격력 1에 HP가 1이라고 캐릭터를 접으려 하셨나요?]

네.

컴퓨터 게임이었다면 이미 키보드 10개는 박살 냈을 것이다.

[걱정마세요. 모든 게임에는 밸런스라는 게 있는 법이죠. 한대만 맞아도 죽을 법한 체력과, 몇백대 때려야 잡몹 하나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공격력 속에서도 당신은 강자가 될 수 있습니다!]

뭔 서론이 이렇게 길어?

심지어 하는 얘기도 지루하고 마음에 안 든다. 진짜 고객센터까지 찾아가야 되나?

한참 읽다가 지쳐 바로 맨 밑에까지 내려버렸다.

[기본 공격력이 1로 고정되는 대신, 연속 공격에 추가 데미지가 붙습니다.]

[10회 이상 공격 시 대상에게 주는 피해 5배로 증가]

[매 10회의 연속공격을 추가로 가할때마다 '나는과학이다' 가 중첩됩니다]

"..."

언뜻 보면 사기인 것 같지만, 잠깐 계산을 좀 해보자.

내 공격력은 1. 가장 기본적인 몬스터로 알려진 여우의 HP는 대략 300정도 된다.

10번 때리면 5의 공격력을 얻고, 20번 때리면 25, 30번 때리면 125, 40번 때리면 625.

그러니까, 여우를 잡으려면 최소 29번을 때려야 한단 말이지?

남들은 5번 때려서 잡는 거를?

물론 계속 때릴따마다 늘어나는 데미지의 양은 엄청난 수준이다.

하지만 이를 성공시키려면 쉬지도 않고 계속 때려야 하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한가지.

"몇십대씩 때릴 때까지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 때쯤, 나는 아직 확인하지 않은 스킬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액티브 스킬 : 유화술]

[적의 빈틈을 파고들어 잠시동안 모든 공격을 회피합니다. 시전자도 공격을 할 수 없으며, 연속 공격 횟수에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잠깐, 이거 괜찮은데?"

과학자라는 직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적은 체력과 공격력이었다.

유화술로 공격을 회피하며 연속공격을 해 패시브가 발동된다면...

"역시 과학이구나."

평범한 직업이었으면 그냥 맞으면서 때리면 되는 간단한 전투를 이렇게 복잡하게 해야 된다니.

뭐, 그래도 그만큼 확실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스킬 설명 서론에 나왔던 것처럼 모든 게임에는 밸런스라는 게 있으니까.

나는 바로 사냥터로 향했다.

보통은 수련관에서 스탯 하나 정도는 올리고 가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이 직업의 전투방식에 적응해보고 싶었다.

가장 쉬운 몬스터가 나오기로 알려져 있는 마을 뒷숲 사냥터로 향했다.

평균 몬스터 레벨 1인, 정말 초보자들이나 가는 곳.

하지만, 이곳에 와서도 나는 정말 사려야 했다.

과학이 다 그렇지 뭐.

제일 앞에 보이는 여우에게로 다가가자, 이름표가 나타났다.

[여우 Lv.1]

천천히 심호흡을 한 뒤, 재빠르게 녀석에게 접근 했다.

첫 사냥의 시작이었다.

"하아압!"

* * *

[사망하셨습니다. 시작 마을 중앙광장에서 리스폰 합니다]

"으으..."

솔직히 말하자면 첫 시도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최대한 사려야 된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초보자용이라는 말에 살짝 자신감이 붙었나 보다.

첫 공격 이후 유화술을 너무 늦게 사용했다.

"허우, 그래도 진짜. 여우한테 한 대 맞고 죽을 줄은..."

현실세계의 사람이라 하더라도 저런 녀석에게 한 대 맞고 죽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의 내가 얼마나 약한지 새삼 이해가 갔다.

"일단,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 정말 이런 거 안하려고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포기한 수련장 노가다를 해야할 때가 온 것 같다.

나도 진짜 지루한 거 못 견디는 성격이지만, 어쩔 수 없네.

딱히 들를 데도 없어 바로 수련장으로 향했다.

수련장은 중앙광장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었다.

뒷숲 사냥터 가는 반댓쪽 길로 가서 5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곳이었다.

NPC 교관이 맞이하고, 목검 쥐어주고 허수아비를 때리는 그런 곳.

노가다 고수들은 그곳에서 미리 스탯을 올려 초반 성장속도를 올린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비스무리 한 걸 해야하는 상황이다.

짧게 잡아도 몇 달이 걸리는 그런 노가다를 말이다.

"어서오게. 수련을 하러 왔나?"

"네, 단단한 목검 하나만 빌려 주세요"

"호오, 단단한 목검이라. 꽤나 열심히 할 생각인 가 보군?"

네. 아주 빡시게 해야죠.

유화술 타이밍을 완벽히 습득하고전투법이 몸에 익을 때까지 수련장을 벗어날 생각은 없었다.

나는 목검을 꽉 쥐고는 허수아비를 노려보았다.

눈코입도 없이 지푸라기와 나뭇가지로 대충 꼬와 만든 녀석이지만, 이제까지 한 번도 부서진 적이 없다.

탁!

수련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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