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격력 1로 랭커 까지-0화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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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아저씨! 저 왔어요”

“돌아가라, 문 닫는다.”

“에? 그게 무슨 소리에요? 문 닫는 시간 아직 한참 남았는데...”

“장사 접기로 했어. 촌구석에 이런 장비 갔다놔 봤자 계속 적자만 보고... ”

쿵.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듯 했다.

“그, 그래도... 이 동네에 캡슐방이라고는 아저씨네 밖에 없잖아요. 장사도 나름 잘 되고 있지 않았어요?”

“후우... 미안하다. 하지만 손님이라고 해도 너랑 가끔 네 친구들 몇명이 다였잖니.”

아저씨는 고개를 푹 숙이고 계셨다. 넓은 캡슐방 안에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캡슐. 가상현실 게임에 접속하게 해주는 장치.

가격이 너무나도 비싸 집에 소장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몇 되지 않았고, 자연스레 적은 돈으로 캡슐을 이용할 수 있는 캡슐방이 전국을 돌아다녔다.

이런 시골, 강원도 양양에 캡슐방이 생긴 뒤로 나는 그곳에 살다시피 했다.

게임을 즐기는 동안 진짜 즐거움을 느꼈고, 소박하게나마 캐릭터가 성장하는 과정이 뿌듯했다.

공부도 포기하고 인생을 다 바칠정도로 열중한 게임을, 이젠 더이상 할 수 없다.

“너도 이제 정신 차리고 공부 좀 해라. 군대도 갔다온 놈이 아직까지 백수라니... 서울에 사시는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만 받고 살거냐?”

“모르겠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 가족은 부자라고 해도 될 정도로 부유했지만, 부모님은 키울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나를 강원도로 보내버렸다.

중학교 입학할 때까지 유모가 날 돌봤고, 그 다음부터는 완전히 나 혼자였다.

그래서 캡슐방 아저씨랑만이라도 가깝게 지냈던 건데, 이젠 그 아저씨도 떠난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살아봐라. 캡슐 하난 선물이다. 알아서 가져가.”

“정말요?”

“단, 하루종일 게임만 하지 않겠다는 조건이다. 겜창인생으로 살다가 나한테 걸리면 다시 압수다. 알겠지?”

“네, 잘 알겠습니다!”

“유일한 단골손님한테 주는 작별선물이다. 잘 있어라.”

아저씨는 그렇게 짐차를 타고 가버렸다.

날 위해서 미리 포장해 두었던 캡슐 하나만 빼고 말이다.

나 혼자 캡슐을 들고가기엔 너무 무거웠다고 생각했는 지, 아저씨는 설치기사를 불러 설치를 도와주셨다.

"학생, 여기 사는 것 치곤 집이 꽤 좋네?"

"네..."

집만 좋은거지만요...

가족도 손님도 없고, 나밖에 없는 곳인데 어쩌겠어.

그렇게 기사님은 가셨고, 내방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캡슐이 자리잡게 되었다.

"캡슐방에서나 쓰던 거를, 집에서 쓰게 되네."

내가 애착이라도 생겼다고 생각하신 건지, 딱 자주 앉던 자리의 캡슐을 가져다 주셨다.

뭐, 데이터를 초기화하면서 내가 쓰던 계정도 삭제됐지만.

마침 할 일도 없던 참이라, 나는 바로 전원을 켰다.

[가동을 시작합니다. 사용자께서는 캡슐에 탑승해 주십시오]

가운데 난 금을 중심으로 캡슐이 열렸고, 안에는 꽤 편안해 보이는 의자가 있었다.

두 팔을 걸치고 앉자, 캡슐이 닫히고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리고 잠시후, 나는 거대한 공간 안에 서 있었다.

천장도 바닥도 벽도 없이 작은 창 하나만 떠 있었다.

[이름을 설정해주십시오]

"현우"

예전이나 지금이나 닉네임 짓기 귀찮은 건 똑같네.

내 이름이 워낙 흔한 이름이라, 이 '워랜드'라는 게임 중복 닉네임을 허락하는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현우 님, 환영합니다. 아바타를 생성하시겠습니까?]

"응, 외모는 그대로 해줘"

[알겠습니다. 그러면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무슨 시험?"

[직업군을 결정하기 위해 잠시동안 전장에 배치할 겁니다. 이후 게임 과정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예전에는 그런 거 없었는 데?

며칠 사이에 바뀌었을 리도 없고, 그 전에도 시험같은 게 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다.

애초에 무직으로 시작해서 퀘스트를 통해 직업을 얻어가는 게 워랜드의 재미인데, 그냥 이렇게 마음대로 직업을 배정해버린다니?

그러나 내가 뭐라 하기도 전에, 시스템은 나를 전쟁터로 보내버렸다.

옛날 트로이전쟁시절에나 나올법한 거대한 평원에서, 엄청난 양의 군대가 싸우고 있었다.

이미 난장판이 되어버린지라 몇 개의 진영이 싸우는 건지, 아니면 그냥 개개인끼리 싸우는 건지 알 방법은 없었다.

중요한 건, 내가 그들의 표적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음, 저기 우리 이러지 말고 좀 평화적으로..."

이미 눈돌아간 채로 나 잡으러 달려오는 데, 잘도 먹히겠다.

그래, 시도해볼만은 했어.

직업군을 정하는 데 차별을 두지 않으려고 그랬던 건지, 내겐 무기하나 없었다.

차라리 몽둥이라도 쥐어줬으면...

*         *         *

뭐, 별거 없었다. 철갑옷에 맨손으로 주먹질 해봐야 간지럽긴 하겠나.

그냥 도망치다가 뚜까 맞았고, 언제 끝나나 하는 생각이 들 때쯤 회색 화면이 나타났다.

마침내 죽은 것이다.

[시험이 완료되었습니다. 직업군이 배정되었습니다]

"뭐야... 대체 뭘 보고 결정한 건데?"

분명 맞고 도망치고 맞는게 다였는 데, 그걸로 직업을 결정했다는 게 살짝 허무했다.

뭐, 그래도 전쟁으로 시험을 본 만큼 전사 계열이나 궁사, 마법사 중에 하나겠지만... 응?

"뭐야 이게?"

나는 알림창에 나타난 직업을 본 내 눈을 의심했다.

검사도, 마법사도, 애초에 전투직업도 아닌, 희한한 직업이 나타나 있던 것이다.

[과학자]

"이런 말도 안되는... 대체 무슨 과학을 하라는 거야?"

========== 작품 후기 ==========

신작을 쓰게 된 탈모걸림이라고 합니다. 선작/추천/댓글 꼭 한번씩 부탁드릴게요!

미리 말씀드리자면, 필자는 모든 야필패를 대표하여 이 글을... (퍽!

장난이고, 주인공을 모 게임의 야ㅅㅇ처럼 만들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과학이라는 표현은 재미로만 봐주세요. 그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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