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게임 속 빌런의 여동생이 되었다

빌어먹을 세상. 이왕 빙의라면 잘생긴 남자들이 가득한 미연시. 못해도 생명의 위협 따윈 없는 판타지힐링물이 좋았다. 이모아. 어딘가 익숙했던 상태창의 이름을 이제야 제대로 떠올린다. ‘중간보스의 여동생이라니.’ 긴장이 탁 풀어짐과 동시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기가 막힌 일이었다. 내가 물론 이겸을 좋아하긴 했지만. 가끔 직접 만나는 상상도 하긴 했지만. 그게 이런. 이런 방식의 실물 영접 형태로…….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내 눈앞에 존재했다. ‘이모아.’ 이겸의 동생이자 하나 남은 가족. 내가 그녀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이겸과 나이 차이가 열셋이나 나는 늦둥이 동생이라는 것. 이겸이 부모의 몫을 대신하며 이모아를 온실 속 화초처럼 키웠다는 것. 그리고 ‘이모아는 16살 생일에 죽는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이 게임의 고인물이라는 것. 어쨌든 산다. 일단 나는 살아남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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